[자본시장 속으로] 정보 공시와 수탁자 책임활동

입력 2021-01-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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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크게 기업과 투자자 두 가지 축으로, 기업 부담은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기업 차원에서는 ‘사업보고서 체계와 공시항목’을 일반투자자가 알기 쉽게 개편하고, 분기보고서에서 핵심 항목 중심으로 개편해서 공시항목을 40% 줄여 기업의 부담을 낮춘다는 내용이다.

그 대신 ESG 경영의 핵심 정보들을 제공하는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공시’는 확대하고, 활성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부문들의 기업 정보를 2025년까지 ‘자율공시 확대’, 2025~2030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 기업 공시 의무화’해 2030년에는 ‘전 코스피 상장사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상장회사들의 사회ㆍ환경 정보 공시 부족으로 인한 ESG 경영의 걸림돌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추진기간이 다소 길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필자같이 약 1000개 기업들의 정보와 뉴스들을 수집해 ESG 평가ㆍ자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같이 고마운 조치이다.

사회ㆍ환경 등 비재무정보 공시에 대해서는 대륙마다 접근법이 다른데, 유럽에서는 근거법이 민법이냐 상법(회사법)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재무 및 비재무 정보를 통합해 법제화하는 경향이다. 미국에서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을 중심으로 기존의 재무 중심의 연차보고서 10-K 외에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Regulation S-K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기존 사업보고서 체계를 효율화하고 가급적 기업의 자율적인 동참을 유도하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향이다. 이번 기업 공시제도 개선안은 법제도 중심의 서구식보다는 시장의 상생과 자율을 강조하는 일본식에 더 가깝다. 영미법이나 대륙법 등 나라마다 상이한 법 체계상 제도적 수용 방법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처럼 환경제재 정보 등 ‘핵심 Penalty 정보’ 만큼은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투자자 측면에서는 ESG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성과 평가 및 개정’을 검토하고,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시장법상의 법적 근거 마련 검토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ESG 관련 수탁자 책임활동은 해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경우 자체 기준과 관리 평가체계를 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비용, 전문성, 행정상의 이슈로 주로 당연구소와 같은 의결권 및 ESG 자문 회사를 통해 수탁자 책임활동을 수행하기에 이 둘은 논리상 함께 강조된다. 이 경우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은 단순 정보제공자에서 행동촉진자와 유행선도자까지 그 역할은 실로 다양해진다.

발표 취지대로 ‘책임투자와 수탁자책임활동 강화’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뇌물, 공장 폭발, 갑질 사례, 폐수 유출 등 기업의 각종 사건 사고를 투자자가 다루는 방법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을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신지배연구소)
(대신지배연구소)

먼저, 수탁자책임활동은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 2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주주활동 중심에서 이제는 책임투자활동도 중추적인 Pillar 활동으로 더 강화하고 실질화 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림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나가면 수탁자책임활동의 변화 방향을 쉽게 따라가며 이해할 수 있다. 즉, 과거에는 투자한 기업에 불법적인 문제가 있을 경우 극히 이례적, 사후적으로 ‘소송제기’를 통해 권리 보전을 주장했으나, 현재에는 매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서 상시적으로도 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표명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지침상 정해진 ‘중점관리 사안 주주활동’을 행사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사고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우려에 대한 주주활동’을 펼치게 된다.

여기서부터 기업 지배구조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 제반 문제에 대해 주주활동이 내용상 더욱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더 나아가 책임투자 차원에서 ‘사회와 환경 관련 중점관리사안’도 설정해 연간 핵심 과제로서 상시적으로 집중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책임 투자활동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 기타 대체투자 등 ‘다양한 투자대상에 대해서 ESG를 고려’하는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경우 기업들은 법 제도를 떠나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때나 재무 운영상 이러한 사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관투자자들도 ESG 고려를 통해 단지 수익률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 지구환경과 지속가능한 상생을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하게 된다. 책임투자의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여기서 향후 추구해야 할 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 마다 과연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우선순위에 따라 중점관리사안을 정하고, 또 각자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또한, 이를 지원하는 ‘의결권 자문사와 ESG 평가사’는 이해 상충 없이 어떠한 역할과 책무, 차별화된 전문성과 서비스를 담당할 것인지의 문제다.

먼 길을 떠나려면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현재의 위치를 점검하고 미래의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스튜어드십 코드 2.0을 활짝 열어보려는 지금, 이러한 과제들은 코드 3.0을 지향하며 고민해야 할 핵심 사항이 될 것이다. 이상의 포인트들을 염두에 두고, 이번 공시 개편안의 실행과 실효성을 자세히 지켜보자. 양자역학이 증명하듯, 바라보면 세상이 변한다.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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