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처벌,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해야…사업주 의무 다하면 면책해야”
경영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해왔음에도 여야가 제정을 합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발했다.
국내 10개 경제단체는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 기업들이 과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다시 한번 살펴봐 달라”며 경영계 의견을 반드시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단체장들이 참여했다.
먼저 경제단체들은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경영계는 “산재사고는 과실범이다.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자보다 간접적인 관리책임을 가진 사업주에게 더 과도한 처벌 수준을 부과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로 인한 사업주 처벌은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우로 한정해달라”며 “일반적인 산재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고, 개선기회가 있었음에도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해서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계는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하고 해당 의무를 다했다면 면책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경영계도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장 “기업 처벌에만 몰두해선 기업 설 자리만 없어”
손경식 경총 회장 “중대재해법, 후속 보완 조치 위해 노력”
김인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 “변호사 선임·벌금 낼 수 있는 소상공인 얼마나 되겠나”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자영업자 매출이 재작년 대비 63% 줄었다는 통계를 받았다”며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당장 생존조차 걱정할 만큼 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중대재해법까지 제정되면 사기가 저하되고 버텨낼 힘마저 사라지게 된다. 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영계의 반발 강도가 역대 경제법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단체들이 모두 나서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또 개별 단체가 나서 호소했다”며 “이 정도라면 기업이 왜 그러는지를 국회가 잘 보살펴서 기업과 근로자가 생존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호소하는 바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건설기계를 보유한 현장이 한 업체당 300개에 육박하고 국내외 합쳐 건설업계 현장이 12만 개에 달하는데, 본사에 있는 CEO(최고경영자)가 이들 현장 안전을 일일이 챙길 수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이어 “기업 처벌에만 몰두해서는 기업 설 자리만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김인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은 “소상공인은 코로나 장기화로 멸망할 지경에 와 있다”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은 하나도 없다. 지금 상태로는 (중대재해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직무대행은 “중대재해법을 보면 경영주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변호사를 사야 한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벌금 5000만 원 이상을 낼 수 있는 소상공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해관계자와 아무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호소와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앞으로 법안이 안 되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법 제정이 되어도) 문제점이 있는 것은 후속 보완 조치를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