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여성, 교육, 난민, 남북.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발굴된 '2020 올해의 신작' 연극 5편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들은 우리 사회 속에 있었지만 외면받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낸다.
신작 연극은 오는 8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5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황금실 문예위 공연창작부 과장은 "심사 과정에서 트렌드 일색의 작품보다 인간사를 담아내면서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다루는 작품을 선정하고자 고심했다"고 말했다.
8~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에볼루션 오브 러브'(극단 김장하는날)는 '본격교양연극'을 표방한다. 사랑의 형태를 열두 가지로 분류하면서 다양성을 그려냈다. 이영은 연출은 "사랑이 학습인지 본능인지 궁금했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차별·편견·폭력에 맞서 '진화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9~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달걀의 일'(푸른수염)은 경주를 배경으로 한다. 여성 고고학자와 할머니, 남성, 폭력, 유물, 전설, 신라시대 '향가'를 한데 다룬다. 특히 기존에 남성 중심으로 쓰인 신화와 영웅에서 탈피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안정민 대표는 관객이 바라보는 여성 서사의 변화에 주목했다. 안 대표는 "이전엔 사회에서 약자로 몰아 세워진 여성의 처지를 대변하는 고발적 관점이었다면 점차 세상의 구조를 재배치하는 시도로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22~3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누란누란'(산수유)은 학과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대학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이란 키워드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권위와 명예 뒤에 가려진 민낯을 들여다본다. 홍상수 작가는 "진리를 탐구하는 본질은 사라지고 일류가 되기 위한 경쟁한 추구하는 자본주의화 된 대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22~3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깐느로 가는 길'(명작옥수수밭)은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1998년을 배경으로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의 목숨을 건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다룬다. IMF, 김정일의 등장, 소련의 해체 등 급격한 사회변화를 스케치한다. 최원종 연출은 "이념의 공백,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19~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초연하는 '고역'(공연연구소 탐구생활)은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계기로 만든 작품이다. '공생'과 '배척' 사이에서 한국사회, 나아가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세를 살핀다.
김성배 작가는 "제작진이 어떤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생길 수 있는 일과 용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동일 연출은 "용서가 주제"라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루면서 나 아닌 타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다루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좌석 두 칸 띄우기'를 적용해 진행한다. '달걀의 일'(1월 15일), '깐느로 가는 길'(1월 22일), '고'(2월 23일)은 네이버TV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