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올해 780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4년 1926억 원에서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하지만 모호한 법적 지위와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정부가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OTT의 현재 법적 지위는 부가통신사업자다. 소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부가통신사업자가 허가 사업자가 아닌 신고 사업자인 탓에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즉, 수많은 부가통신사업자 중에서 OTT 서비스를 하는 곳을 따로 관리할 근거도, 여력도 없는 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주요 OTT 업체들과 연락은 하고 있지만, 부가통신사업자 중 사람들이 잘 모르는 OTT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TT 정책은 3개 부처에 걸쳐 있다. 콘텐츠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네트워크와 플랫폼 부분은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소관이다. 올해 9월 출범한 ‘OTT 정책협의회’에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과 국무조정실을 포함해 과기정통부, 문체부, 방통위 등이 참여한 배경이다. 협의회는 부처별 OTT 활성화 정책을 점검,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부처 간 정책 조율은 미진하다. 정책 조율의 불협화음은 이달 중순 문체부가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수정 승인하면서 뚜렷해졌다. OTT 음악사용료 징수율을 1.5%로 신설한 것인데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들의 반발을 고려해 문체부와 사업자들 간 중재에 나선 상태다.
문체부는 이번에 개정안을 만들면서 개정안에 따라 OTT 음악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업체가 몇 곳인지도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OTT 사업자 전부가 대상”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몇 개 업체가 영향을 받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OTT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일괄 적용된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해외사업자들에 더해 왓챠, 웨이브 등 토종 OTT, 여기에 네이버TV와 카카오TV 등을 서비스하는 플랫폼 사업자들까지 영향을 받을 예정이다.
OTT 음악 저작권료 갈등은 OTT 정책협의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협의회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콘트롤 타워로서의 역할도 성과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22일 변재일 의원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OTT 협의체가 출범했는데 부처 간 이기주의 탓에 진전이 없다”며 “사업자들은 어느 부처에 줄을 서야 하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글로벌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라며 “OTT 산업과 기존 레거시미디어 시장은 전혀 다른 규제를 받는 시장이기 때문에 두 시장 간 공정한 규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도 “미디어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내놓은 대책을 보면 그냥 각 부처에서 해온 걸 내는 것이고, 합의해서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