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려되는 바는 미국과 한국 모두 실물경제, 특히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붕괴 직전의 상황임에도 투기적 자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자산 거품이 가파르게 커질 경우, 예외 없이 일정 시점이 지난 뒤 자산 거품의 붕괴와 함께 더욱 심각한 실물경제의 침체를 가져왔다는 과거의 경험이 작금의 주가 폭등을 더욱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미국 내에서도 최근의 증시가 거품인가 혹은 실물경제 호전을 반영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낙관론자들은 코로나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던 만큼 코로나 백신의 개발이 주가 폭등을 초래하는 것이 당연하며 실물경제도 당연히 호전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은 코로나 백신이 실제 미국 대다수 국민들에게 접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일러도 내년 하반기이며, 그로 인해 미국 경제가 코로나 충격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내년 말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적어도 내년까지는 현재의 코로나 셧다운이 이어지고, 실물경제는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근까지 11번의 경기침체 및 경제위기를 겪었는데, 그중 8번의 경우 회복과정에서 다시금 경기침체가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도 W자형의 경기회복과 침체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근거는 코로나발 경기침체의 후유증, 즉 강제적 셧다운에 의한 생산과 수요부문의 구조적 약화가 생각보다 깊고 코로나 재확산과 그에 따른 추가적 셧다운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이다.
향후 미국 경제가 V자형의 가파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점치는 낙관론자들이 제시하는 통계는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33%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3.5%의 역성장을 한 것으로,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이다. 현재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도한 낙관론임을 보여주는 단적 증거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를 차지하는 소비부문의 침체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이후 4월까지 단 3개월 만에 소비지출은 18%나 감소하였다. 이후 소비지출 감소폭의 85%는 다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아직 경기회복 단계로 보기는 이르다. 즉 여름까지 이어진 셧다운이 완화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불요불급한 소비재 구입이 급증하였지만, 소비지출의 61%를 차지하는 서비스부문은 여전히 심각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낙관론자들은 고용시장이 매우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은 다르다. 지난 4월 14.7%에 달했던 실업률이 10월에는 6.9%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코로나가 발발하기 이전의 3.5%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경기침체의 그림자보다 더욱 심각한 우려는, 트럼프와 극우 정치세력들이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및 정치사회적 갈등의 확산이다. 트럼프와 그 측근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250년 가까이 미국의 법적, 제도적 근간인 법치체제(rule of law)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그 결과 미국사회 및 경제 전반의 제도적 기반이 흔들리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우려된다.
진정한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의 완전한 제압은 절반의 조건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트럼프와 극우세력들이 뒤흔들어놓은 법치질서와 사회경제의 제도적 안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승자 독식의 미국식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결과로 분노와 절망에 빠진 노동자 계층이, 다시금 트럼피언들의 선동에 무너지지 않도록 그 원인을 해소하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망가뜨린,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을 다시금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