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동학개미’의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수익구조를 기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서 투자은행(IB)으로 체질 개선을 추구했지만 올해는 사업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IB 영업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브로커리지 수익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증권업이 때아닌 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른 것이다. 증권업종 지수가 최근 9개월 간 108.3% 수익률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지난 3월 19일부터 12월 9일까지 108.3% 올랐다. 해당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89.0%)를 19.3%포인트(p) 웃도는 결과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9.3% 오를 때 KRX증권 지수가 11.9% 올랐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해 증권업종의 수익률은 국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사 개별 수익률을 보면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 견고한 수익을 낸 증권사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상장된 증권사 중 3월 19일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181.9%)였고, 반등이 가장 미미했던 증권사는 개인 브로커리지 기반이 약한 신영증권(24.6%)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주가가 4000원대로 하락했을 때부터 자사주 취득 후 소각,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어 국내에서 사장 높은 개인투자자 점유율을 가진 키움증권이 지난 3분기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 자기자본이익율(ROE) 1위 등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 3월 19일 이후 주가 수익률은 157.5%에 달했다.
또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현대차증권도 150.5%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존 IB 중심 사업구조에서 연금 사업 등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면서 수익성의 다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유안타증권(131.9%), 이베스트투자증권(120.9%), 한화투자증권(113.4%), KTB투자증권(110.9%), 한양증권(108.8%) 등이 100% 이상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증권사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완화로 인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는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IB, 자산관리 등 증권업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증권업은 유동성이 곧 펀더멘털인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기존 예상보다 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여 2021년 증권사 이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