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의 글로벌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방역정책과 경제회생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위기탈출 대책도 1년 새 세계 공통의 표준이 되었다.
우리는 세계 각국이 달라진 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어디에서 찾으려 하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년은 미국에서 현 트럼프 정권과 기조가 전혀 다른 바이든 정권이 출범함으로써 미국정책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 산업정책(그린 뉴딜, 기업에 대한 조세제도 및 신기술 개발 지원 등) 의 출현이다. 바이든 신 정권이 트럼프식 미국 제일주의를 던져버리겠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제1, 2기 정책을 답습하는 ‘오마바 3.0’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전혀 새로운 바이드노믹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은 최근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 과 2030년 비전을 통해 신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AI(인공지능)와 양자컴퓨팅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미국에 앞서 경제화·시장화 시킨다는 전략이다. 내수와 무역의 균형을 이루는 쌍순환 전략과 2035년 환경차 전략도 동반 포진하고 있다.
9월 출범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정권은 관민 디지털 혁신(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다. 내년에 설치할 디지털청(廳)이 그 핵심이다. 내년으로 미뤄진 도쿄 올림픽, 2025년 오사카 세계 박람회 등을 거치며 2035년까지 제4차 산업혁명의 사회실험을 마치고, 2050년까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소사이어티 5.0’의 구현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은 모든 나라가 해도(海圖)없는 항해를 해야 하는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백신과 치료제 조기 개발로 곧 수그러든다는 낙관론이 대세지만 글로벌 위기를 잠재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위드(with) 코로나 시기가 꽤 오래간다는 얘기다. 매년 1월에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무산되고 말았다. 이 두 개의 글로벌 행사는 최첨단 기업과 산업의 추세를 파악하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양한 지도자들의 지혜를 전해 듣는 자리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를 맞아 세계경제포럼은 내년을 ‘대규모 재설계(Great Reset)의 해’라고 명명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엄중한 시대의 언어다.
한국은 지금 코로나 위기에 더해 정치 환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권은 한국판 뉴딜 정책으로 정권의 승부를 걸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지난해 시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 육성책은 ‘소부장 2.0’으로 연구와 기술 개발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AI 국가전략도 시행 1년을 맞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 정책들과 일자리 등 사회복지 정책 까지 총망라한 것이 한국판 뉴딜정책이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이 양축을 이룬다.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을 위해 전국의 주요 사업현장을 누볐다. 그린 뉴딜을 위해선 지난주 ‘더 늦기 전에 2050’을 기치로 내걸고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열었다. 탄소 중립사회로의 이행에 속도를 내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주요국들의 정책을 비교해 보면 2021년은 신경제정책의 원년이 될 듯싶다. 물론 그 핵심은 산업정책이다. 그만큼 기업의 역할도 한층 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경주다. 단거리 경주에서 이겨야 중장거리의 희망이 생긴다. 내년은 모든 나라가 경주의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된다. 올 12월 한 달은 그 준비에 매진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로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