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이상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것이다. 형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때만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8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씨의 형사판결에 대한 윤 총장의 비상상고를 인용해 집행유예 부분을 파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형법 규정에 의하면 원판결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해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비상상고 인용으로 판결이 파기됐지만 이 씨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판결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