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성년자일 때 법정대리인을 통해 상속된 빚을 성년이 됐어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전합(주심 이동원 대법관)은 19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993년 B 씨에게 빚을 지고 있던 A 씨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 C 씨와 당시 미성년자였던 A 씨가 채무를 공동으로 상속했다.
B 씨는 A 씨 등을 상대로 1993년, 2003년 두 차례 소송을 제기해 집행권원을 받았다. 당시 C 씨가 친권자로서 A 씨를 대리했다.
A 씨가 성년이 된 뒤에도 B 씨는 2013년 A 씨를 상대로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17년 B 씨는 A 씨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추심명령을 받아냈다.
A 씨는 곧바로 특별한정승인 신고를 하고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상속인이 ‘물려받을 빚이 재산보다 많은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 승인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제척기간)에 한정승인할 수 있도록 한다.
재판에서는 미성년자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제척기간이 지나 특별한정승인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을 경우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A 씨의 특별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보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전합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며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전합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해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또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고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 등 4명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후에 새로운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