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만 사실상 반전은 없없다. 국감 전부터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던 ‘라임·옵티머스’, ‘피살 공무원’,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등의 이슈가 정쟁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정작 중요한 정책 심사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한마디로 이번 국감은 이들 이슈를 둘러싼 여야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핵심 증인도 없어 ‘맹탕 국감’이라는 별칭도 얻게 됐다. 국감이 시작된 이후에도 여야는 끊임없이 증인 채택 문제로 공방을 이어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민의힘은 급기야 18일 “여당이 123명(상임위별 중복 포함)의 주요 증인 채택을 거부해 부실 국감이 됐다. 여당이 작정하고 ‘방탄 국감’을 하려 한다”며 ‘여당 없는’ 이른바 ‘국민 국정감사’를 단독으로 열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채택에 반대한 피살 공무원 형인 이래진 씨, 이 씨 측 류제화 변호사, 신중건 연평도 어촌계장, 신희석 국제연합(UN·유엔) 인권법 전문 박사, 탈북자 등 5명을 증인으로 불러 자체적으로 대국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고성과 폭언이 오가는 험악한 ‘막말 국감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2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욕설이 오간 것은 물론 의사봉이 내동댕이쳐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날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발언 추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위원장에게 “당신”이라고 표현한 것이 발단됐다. 이에 이 위원장은 “어디다 대고 당신이야, 이 사람이”라고 언성을 높였고, 박 의원은 이에 질세라 “당신이지 뭐야”라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장이 “야 박성중!”이라고 소리치자, 박 의원은 “건방지게. 나이 어린 XX가”라고 욕설까지 하는 등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이 나서서 만류했고, 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세게 내리친 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매 국감에서와 달리 ‘국감 스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이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당시 윤 총장은 라임·옵티머스 수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대해 “법리적으로 보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고 급기야 국정감사 방송(생중계)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국감장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의원 모습도 포착돼 안 그래도 맹탕으로 치닫는 국감장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22일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하다 걸려 물의를 빚었다. 강 의원은 “반성하고 자숙하겠으며 향후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했지만, 2017년 국회 국토교통위의 서울시 국감 도중에도 모바일 게임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7일 시작된 국감은 이날을 끝으로 2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국감은 '정책 보단 정쟁', '증인 보단 맹탕', '질의 보단 고성' 등 "주객이 전도됐다"는 아쉬움만 남겼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