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대부'로 꼽히는 강방천<사진> 회장은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펀드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를 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삼성전자부터’ 담고 보는 대부분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와는 대조적인 전략이다. 그는 지수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 회장은 26일 비대면 펀드 가입 애플리케이션 '에셋플러스' 출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우선주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나의 파트너였다"면서 "하지만 2016년 투자 대상을 카카오로 바꿨다. 삼성전자가 나빠서가 아니라 몇 가지 투자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기로 첫 번째 이유로 액티브 펀드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깔아놓으면 언더퍼폼(시장 수익 하회)은 하지 않지만, 액티브 펀드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아니다"면서 "삼성전자가 (코스피) 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로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주가지수의 평균값을 만드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수의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려면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ETF)을 사지 액티브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줄 수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이유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변화'를 꼽았다. 강 회장은 "기술의 흐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펀드매니저로서 카카오와 삼성전자가 가진 기대수익과 기회비용을 따졌을 때 카카오에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해왔던 초격차 전략이 어느 정도 한계점에 와있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조금 늦어졌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미세공정 기술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동학 개미에 의한 연금시장 재편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초 동학 개미 운동을 통해 주식투자는 필패라는 학습효과에서 벗어나게 됐다"면서 "과거에는 비쌀 때, 가격이 오를 때 주식을 샀지만, 이번 동학 개미들은 공포스러울 때 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대부분 확정금리 상품에 묶여있던 퇴직연금을 다시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연금 사업자가 포트폴리오를 사업장에 제공하고 사업장은 가입자에게 주는 하방구조이지만, 앞으로는 가입자가 사업장을 통해 연금 사업자한테 요구하는 구조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금시장에서 자산 배분이 이뤄지면 부동산에 집중된 왜곡된 가계자산이 주식과 펀드로 이동하는 자산 배분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이날 자사 펀드를 판매하는 모바일 거래시스템(MTS)을 출시했다. 창립 이래 '본사 직접 방문' 직판 방식을 고수해왔지만, 투자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모바일 플랫폼을 도입한 것이다. 에셋플러스의 지난달 말 기준 순자산 규모는 약 2조 원으로, 정통 주식형 펀드인 '리치투게더펀드' 등 7개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