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기관 막대한 지원서 비롯된 결과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업률 급증과 부채비율 악화 등 전반적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개인 신용 점수는 되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신용평가기관 피코(FICO)는 올해 7월 미국인의 신용 평가지수인 피코스코어가 711점을 기록, 전년 동기(706점) 대비 7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FICO가 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재유행하고 있는 10월에도 이러한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점수는 신용정보 회사가 개인의 상환 이력 등을 점수화한 것으로 소비자 대출의 모든 측면에서 이용된다. 피코가 산출하는 신용점수의 경우 범위가 300~850점인데, 700점 이상인 경우 양호한(good) 편에 속한다. 이 점수는 총지출한도액에 대한 신용카드 부채비율, 지출 내용, 사전 대출신청 등을 고려해 평가된다. 고용 이력이나 소득 등은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실직자가 쏟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인의 신용 점수가 오히려 개선된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4월 실업률이 전후 최악의 수준인 14%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차 회복돼 지난달에는 7.9%까지 실업률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코로나19 이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이전인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미국의 실업률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에는 회복세마저도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4~1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주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일시 해고의 상당수가 영구적 해고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진 상태다.
그런데도 미국 개인의 신용 점수가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금융기관의 막대한 지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WSJ는 풀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가 미국에도 미치자 정부와 금융기관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섰다. 많은 대출자가 경기부양책, 실업 급여 확충 등으로 기한까지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대출, 그리고 학생 대출 등의 상환 유예가 이뤄지면서 신용 정보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WSJ는 “수백만의 미국인이 올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부채를 갚지 않았지만, 신용등급만 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