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그룹 계열사에 대한 투자자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배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이 커질 것이란 분석에도 시장은 호응하지 않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 상장사 12개 종목들은 대체로 보합이나 약세를 보였다.
이날 그룹 핵심인 현대차는 전일 외국인이 2조 원 가까이 순매수했던 것과 달리, 627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은 전일 6조5863억 원에 이어 5조8101억 원 등 이틀 연속 순매도했다.
다만 개인들이 전일 4조8231억 원에 이어 6조3781억 원어치를 순매수해 낙폭(-0.56%)을 줄였다.
이 밖에 주요 계열사인 기아차(-2.29%), 현대제철(-0.60%), 현대모비스(-1.70%), 현대건설(-1.63%) 등이다. 상승한 계열사는 현대글로비스(2.12%)와 이노션(6.33%) 등 두 종목에 그쳤다.
크게 상승한 이노션의 경우 전세계 광고기획 시장의 회복 전망에 따라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 계열회사인 제일기획도 전일 대비 4.19%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약세는 정의선 신임 회장이 지배구조 극복을 위해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변경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과는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시장 친화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사업 중 모듈사업 부문과 AS부품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다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줄줄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그룹은 개편안을 중도 철회한 바 있다.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부각되는 이유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 선임은 미래차·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을 촉진해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주 환원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차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뉴스이며 특히 모비스에 더욱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2018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시도를 중도 철회한 데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기업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장 친화적인 지배구조 변화와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동시에 추진하다 보면 정 부회장의 핵심기업 지분율은 그룹을 독단적으로 경영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강화된 경영진과 일반 주주의 신뢰 관계가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안정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