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원 세 달 만에 기업부담법안 284건…국회 달려간 상의 "신중 논의 필요"

입력 2020-09-21 12:00 수정 2020-09-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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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입법과제 건의…상법개정안ㆍ공정거래법 대안 제시

경제계가 국회에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의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신중하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 만에 약 300개에 가까운 기업 부담 법안이 쏟아지면서 경제계는 입법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기업 현장에 미칠 영향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주요 입법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했다. 상의 리포트는 국회 소통·건의를 강화할 목적으로 주요 입법현안에 대해 경제계 의견을 달아 작성한 건의서로, 2016년부터 상의가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6월 개원한 이후 3개월간 기업부담법안 284건을 발의했다. 이는 20대 국회와 비교하면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 중에는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경영에 영향이 큰 법안들이 다수 포함되며 입법화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의는 리포트를 통해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이 예상되는 11개 신중 논의 과제(13개 법안)를 선별해 경제계 의견과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코로나 피해지원 및 투자 활성화 △미래산업 발전 △서비스산업 발전 △기업경영환경 개선 등 4대 부문 27개 조속 입법과제(41개 법안)에 대한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상법개정안, 최소한의 방어권 필요…공정거래법, 지주사 소속사 간 거래는 내부거래서 제외해야

상의는 우선 ‘상법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감사위원은 감사 역할도 하지만,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원이다. 분리선출하면 대주주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된다.

이에 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상의 관계자는 “회사 측 방어권을 극도로 제약함으로써 해외투기펀드 등이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 제안하고,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와 국회가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 격이 된다”며 “세계 각국에서 인정되는 각종 인수합병(M&A) 방어장치가 불허돼 제도적 공수 불균형상태가 심각한 상태이므로 추가규제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권만은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상의는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 및 지주회사 소속기업들이 지주회사 밖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의 경우에 적용하고 지주회사 소속기업 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제언했다.

개정안처럼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상장 40.1%, 비상장 85.5%)에 달하는 지주회사 소속기업들은 대부분 내부거래를 의심받는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경우 특성상 지분율이 높고, 소속기업 간 내부거래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의는 정부가 그동안 지주회사 도입을 장려해왔지만, 이제 와서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상의는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순기능까지 약화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안으로 △기존에 출연된 주식에는 소급적용 배제 △사회공헌활동에 충실한 공익법인 적용배제 등을 제시했다.

상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직자까지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법을 요구했다. 정부 개정안이 노동권 강화에 치중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기업의 방어권도 선진국 수준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노조법 개정안의 보완책으로 △해고자·실직자의 사업장 출입 원칙적 금지 △모든 형태의 직장점거 파업 금지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시 ‘근로시간면제제도’ 틀 유지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규정 삭제를 요구했다.

코로나19 피해 복구에 국회가 앞장서야…신산업 위한 낡은 법ㆍ규제도 제거해야

상의는 여행·면세점·항공·자동차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산업 지원과 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국회가 나서달라고도 토로했다. △상반기 종료된 개별소비세 70% 감면 연장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한시적으로 감면 △항공기의 취득세·재산세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발의·처리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적자가 난 중소기업들이 기납부세액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결손금 소급공제 기간의 한시적 확대(현행 1년 → 3년) △코로나 유급휴가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 △기업 설비투자 세제 지원 확대 등과 관련한 법안들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상의는 4차 산업혁명과 K-방역 성공 등 국가 명운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잡은 상황에서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낡은 법·제도도 정비해달라고 호소했다. 상의는 “우리는 지금 저성장 고착화냐 재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비대면 서비스 등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법과 제도정비에 국회가 힘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상의는 자율주행·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드론 등 융합 신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조속히 정비해 달라고 국회에 건의했다.

아울러 상의는 9년째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도 요청했다. 네거티브 형식으로 입법한 후 의료 분야 적용 여부는 이후 정책수립단계에서 별도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조직구성(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관련 규제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했지만, 의료 분야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정영석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21대 국회에서만큼은 기업 관련 규제를 신설·강화 시 기업현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합리적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입법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21대 국회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낡은 법제들도 조속히 정비해 우리 경제의 변화와 혁신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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