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접을까 버틸까를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입력 2020-09-1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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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 사태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바로 장사나 사업을 지금 접을까 아니면 최대한 버텨 볼까 하는 고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피 같은 은퇴자금 혹은 한 푼 두 푼 아껴서 모은 목돈이 날아갈 판이니 그 안타까운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이제 그 지속 여부를 결정해 볼 때이기도 하다.

우선 이미 투자한 금액이나 충당한 비용의 규모를 고려하여 미래를 염두에 둔 의사결정을 해서는 곤란하다. 한마디로 “내가 투자한 금액이 얼만데 지금 그만두나?” 혹은 “본전이라도 빼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몰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앞으로 일을 예상해서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적자였든 흑자였든 과거의 성과와 투자는 미래의 성과에 결코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정의하는데, 말 그대로 이미 파묻혀버려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미래를 보고 하는 결정에서는 무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장사에 충분한 채산성이 있어 지속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최근 몇 개 기관에서 코로나 사태가 소상공인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은 업종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몇 가지 원칙을 발견할 수 있어 이를 참고하여 행동에 나서야 한다. 세 가지 요소가 소상공인 업종의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의 증가, 건강이나 청결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연관성, 구매의 시급성 등이다.

우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식자재 수요가 증가하고 음식 배달,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조리된 음식을 판매하는 편의점, 온라인 쇼핑 등과 관련된 업종은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 둘째, 건강이나 청결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 예를 들어 청소기, 공기청정기, 세탁소 등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3밀(밀집, 밀접, 밀폐)의 상황을 피하지 못하는 영화관, PC방, 노래방, 그리고 대부분의 음식점과 주점 등의 매출은 줄었다. 끝으로 심리적 여유가 있어야 발생하는 소비 욕구는 구매의 시급성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문화, 예술 행사, 골동품 가게, 꽃가게 등은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정적인 영향의 영역에 있는 점주들은 적어도 영업방식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예들 들어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주방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테이크아웃과 배달이 가능하도록 음식이나 상품의 포장을 개발하며,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는 것보다는 일인용 상품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 칸막이 설치는 물론 공간적 여유를 두고 환기가 가능하도록 개방형 매장으로 바꾸며, 주점은 일반음식점으로 전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은 사태가 진정된 후일 것이다. 언제 사태가 종결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소비자 구매 행동의 일시적 변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됨에 따라 습관으로 고착화되고, 그 결과로 원상회복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이 도래하는 상황 말이다. 한마디로 극적인 V자 반등은 없다. 코로나 사태 동안 급속히 증가한 온라인 구매자들은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온라인과 같은 편의성과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물리적 소매점 방문을 줄일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만큼 물리적 점포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온라인으로 간단한 구매는 집에서 해결할 수 있으므로 외출을 위해서는 특별한 동기가 필요하다. 한 번의 외출로 쇼핑뿐만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도 해결하는 경향이 늘 것이므로 좋은 상권에 진입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아울러 식품 취급 과정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이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유통업체는 규모를 떠나 도태될 것이다. 높아진 안전성 요구에 맞추어 필요한 시설과 영업방식의 도입은 초기 투자 규모의 증가와 운영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동안 미뤄왔던, 기업의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의 방향 전환의 계기로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방역은 과학이라고 하면서도 비과학적인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수정되었지만 프랜차이즈는 안 되고 개인사업자는 되고, 카페는 안 되고 빵집은 되고, 종교집회는 안 되고 친목모임은 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경제정책이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 목적 중의 하나는 예상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경제활동의 제한과 함께 역으로 감염 위험을 줄인 사업자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과학적 기준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사업자의 준수 여부를 소비자로부터 보고받으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창업에 대해 신경을 쓰는 만큼 폐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정책 결과로 특별히 내세울 실적은 아니겠지만 진심으로 소상공인을 돕고자 한다면 폐업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은 창업 컨설턴트보다 폐업 컨설턴트가 더 필요한 시기이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선별적으로 각종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폐업을 지원하는 안정기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진한 사업을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정부가 대신 맡아주고 상황이 좋아지면 새로운 사업자에게 되팔아 이익을 환수한다든가 정당한 잔여가치를 인정해 인수하는 펀드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가능한(?) 지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는 것이 정부에 대한 소상공인의 청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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