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가 선점한 새벽배송 시장에 롯데쇼핑의 롯데온과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선발주자인 쿠팡과 마켓컬리 등이 수성에 나서고 있다. 선발주자들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경쟁력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충성고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자체 PB 브랜드 ‘컬리스’의 상품을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컬리스’는 생산자와 고객, 모두를 위한 생각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유통을 모색하겠다는 컬리의 가치를 담은 마켓컬리의 PB 브랜드로 올 초 선보였다.
2월 동물복지 우유를 시작으로 5월에는 R15 통밀빵, 8월 돈육햄, 9월 아삭한 열무김치 등 매일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9월 중에는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콩나물, 숙주, 두부 등 건강한 식재료와 물만두, 계란장 등을 출시하며, 연내 돈까스, 치즈롤까스 등 간편식과 비식품라인인 칫솔을 출시할 계획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5년동안 좋은 제품을 소싱해 팔다 보니 관련 기준이나 제품을 골랐던 노하우로 직접 기획해 ‘컬리스’를 내게 됐다”면서 “건강을 생각한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 7월에는 아예 PB 상품을 전담하는 자회사 CPLB를 출범했다. 이 업체는 제조사와 협업해 쿠팡 PB상품의 제작 및 판매를 전담한다.
지난해 3월 출범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SSG닷컴도 자체 레이블에 공 들이고 있다. 피코크와 노브랜드 등 모회사인 이마트의 PB 상품을 주로 팔던 SSG닷컴은 지난 6월 말 자체 레이블 ‘SSG FRESH’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신선식품이다.
‘SSG FRESH’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는 제품은 채소 160종과 정육 70종, 과일 50종, 수산물 50종 등 총 330여 종으로 론칭 1달 만인 지난 8월 관련 매출은 7월에 비해 15% 증가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산지 농가에서 직송해 유통단계를 대폭 줄여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선두업체들의 PB 강화는 충성 고객를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똑같은 제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이 업체에 꼭 들러야 하는 유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이는 최근 오프라인유통 공룡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이 연이어 새벽 배송 시장 진출에 진입하면서 이들을 방어하기 위한 카드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00억 원에 불과하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00억 원대로 커져 5년 만에 80배 성장했다. 이는 이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5%를 훨씬 웃도는 규모로, 관련 업계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지난 7월 ‘새벽에 ON’이라는 타이틀로 새벽배송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김포 온라인 전용센터를 활용해 서울 강남과 송파, 마포, 영등포 등 서울 10개 지역을 비롯해 경기도 김포시와 고양, 성남, 하남, 인천 계양·부평·서구까지 서비스 하고 있다. 연내에는 경남 일부와 부산지역까지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달 온라인 식품 전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신식식품, F&B(델리, 베이커리 등), 외부 유명 맛집의 가공식품뿐 아니라 백화점 전문 식당가의 조리식품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달 아침 7시 전에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은 서울 전 지역과 경기·인천(각각 일부 지역 제외) 등 수도권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점한 업체들의 차별화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새벽배송 시장에 유통업체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우리만 팔수 있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생존의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