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이 디지털전환(DT) 속도와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적과의동침’을 선택했다. 지난 3월 24일 취임해 임기(1년) 전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기존 금융사들의 경쟁사로 여겨졌던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고객편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DT를 추진하겠다는 권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4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네이버와 카카오와 협약을 맺고 신규 서비스에 나선다. 지난 10일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첫 번째 공동사업으로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ㆍ카카오페이 앱을 통해 제공하는 ‘내 대출 한도’ 서비스에 우리은행 비대면 대출상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 비대면 대출상품의 한도와 금리를 조회한 후, 우리은행의 모바일뱅킹인 우리WON뱅킹으로 접속해 대출신청이 가능하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 각 사의 금융과 플랫폼 기술로 △오픈 API 연동을 통한 비대면 대출 신청 △고객 맞춤 디지털 금융상품 및 서비스 공동 개발 등 혁신사업 발굴을 위해 협력한다.
앞서 지난달 3일부터 네이버 지도에 우리은행 영업점 대기 고객 수 제공 및 모바일 번호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번호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포털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자사 앱을 통해 실시간 대기인원을 확인하고 모바일 번호표를 발급하는 데 그쳤다면, 우리은행은 네이버에서 실시간으로 실시간 창구 정보를 알 수 있다.
경쟁사인 빅테크와 손잡은 것은 권 행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줄곧 DT 경쟁력 강화를 언급했다. 권 행장은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분야에서도 ‘DT추진단’ 및 ‘AI사업부’를 신설했다. 특히 DT추진단에는 디지털전략부, 빅데이터사업부, AI사업부, 디지털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를 배치했다. 추진단은 은행의 전체적인 디지털 전략과 신기술 적용 분야 확대 및 디지털 마케팅과 채널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당시 권 행장은 “조만간 경쟁력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고객 중심의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