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업계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존 국공립 극장에만 적용되던 ‘거리두기 좌석제’가 민간 공연장까지 확대됐다. 정부의 방역 수칙을 따르고 있지만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소극장일수록 상황은 더 안 좋다.
공연계는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면서 공연하는 것과 개막일 연기 등 선택지로 두고 연일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13일 “보통 목표 점유율을 70~75%로 삼는데, 거리두기 좌석제를 했을 때 객석의 30~40%정도 채울 수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손익분기점은커녕 객석의 절반도 채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부산, 3월부터 8월까지 서울에서 내한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거리두기 좌석제 의무화 조치 이후 대구공연을 6일 조기 종연했다. 처음 계획한 폐막일은 오는 27일이다. 월드투어 주관사 에스앤코는 “코로나19 확산과 대구시의 객 거리두기 강화 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막대한 예상 손실로 조기 종연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소극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소극장 산울림 관계자는 “티켓값이 원래부터 저렴한데 거리두기로 좌석을 반으로 줄이다 보니 손익분기점을 전혀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공연을 올린 팀들이 (금액적인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8월 공연 매출은 158억3815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약 268억9468만 원)보다 111억 원 급감했다.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집단감염 사태 이후 매출액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8월 둘째 주(10~16일) 48억 원이던 매출액은 넷째 주(24~31일) 7억 원으로 2주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금은 불이 꺼졌지만, 여전히 무대는 공연예술인들의 삶의 동력이다. 30대 연극배우 신모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지게차 운전을 하고, 12시에 레슨을 받고 대학로에서 공연 연습을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대를 올리는 건 ‘해도 손해, 안해도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극장 대관료를 완납했고, 시스템과 장비비용은 공연을 멈춘다고 절약되지 않는다”면서 “연습도 다 끝낸 상황이기 때문에 공연을 끝까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판단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로 개막일을 늦춘 뮤지컬 ‘베르테르’ 제작사 CJ E&M의 관계자는 “이미 집행한 비용이 많아서 공연을 하면서 손실 폭 줄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사전 예매율이 높았던 작품인 만큼 상황이 나아지고 거리두기 좌석제가 완화되면 관객이 올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배우, 스태프의 일자리가 걸려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는 더욱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소극장 관계자는 “공연계는 연말 특수가 있는데 보조석을 넣을 수도 없고 무대와 객석 거리를 2m 유지하면서 거리두기 좌석제까지 하면 손해가 정말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변형된 거리두기 좌석제가 등장했다. 이달 9일 개막한 40주년 기념 내한공연 뮤지컬 ‘캣츠’는 한 칸씩 띄어 앉는 ‘거리두기 좌석제’의 원칙을 지키면서 공연 당일 현장에서 좌석을 결정해 관객에게 제공한다. 모든 좌석을 한 칸씩 띄워 놓는 대신 동반인과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승 공연예술노동조합 위원장은 “공연업계 종사자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코로나로 모두가 피해를 본 상황인데 공연을 준비했거나 공연 계획이 있는 팀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