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가 오는 15일부터 발효되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셈법은 복잡하다.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업종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지만,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제재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메모리는 물론 5G(5세대 이동통신) 모바일·모바일AP 등 시스템 반도체까지 공급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중단한다. 화웨이 제재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 업체의 화웨이 패널 공급도 끊기게 됐다.
반도체는 일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화웨이는 애플, 도이치텔레콤, 테크트로닉스, 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로 꼽힌다. 이 가운데 화웨이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3%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기준 약 7조3700억 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 매출비중이 11.4%(약 3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약 27조7000억 원)다.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 중단으로 메모리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 제품에 속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외 중국 고객사로 매출을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 삼성전자가 미국의 승인을 받고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화웨이 물량이 많지 않아 화웨이 제재로 인한 영향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속적으로 고객 다변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통신장비 쪽에서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중국 시장의 경우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인도 갈등으로 인도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47~49%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가 3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해온 5G 통신 장비 시장에서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31%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7위에 머물렀지만, 최근 세계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8조 원대 계약을 맺으며 주도권 강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국내 기업의 일부 타격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대선 이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고객사 다각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