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석유제품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남아시아의 자급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제품의 유입까지 늘어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 부족에 몸살을 앓는 국내 정유사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석유 제품의 자급률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2018년 말 응손(Nghi Son) 정유공장을 짓고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460만 톤(t)의 제품을 생산하며 베트남 석유제품 소비의 33%에 달하는 물량을 공급했다.
이에 더해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석유제품 수출량을 늘리면서 동남아시아가 정유사들의 격전지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턱없이 낮은 수요에 골머리가 썩는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수요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로 전국적인 이동 제한이 걸린 상황에 이어 최근 홍수 등 여파로 특히 운송용 유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에 대한 할당량을 계속 늘리고 있다"며 "특히 운송용 유류가 중심"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휘발유 수출 상위 3개국은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로 전체 공급량의 70.4%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대(對) 필리핀 7월 휘발유 수출액은 43만3500배럴로 1년 전보다 1629.6% 폭증했다.
이렇게 동남아 안팎으로 경쟁 구도가 확대되는 것은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정유사에는 악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기준 SK이노베이션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의 전체 수출량 3924만 배럴 중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845만 배럴)를 차지했다.
그중에서 베트남이 369만 배럴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174만 배럴), 말레이시아(140만 배럴), 싱가포르(106만 배럴), 브루나이(33만 배럴), 태국(15만 배럴), 인도네시아(10만 배럴) 등 순이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정제시설을 잇달아 짓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수급 조절이 관건"이라며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산업생산과 이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 측면에서 정유공장의 가동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