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사임을 발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최우선 과제로 정부 조직 내에 ‘디지털청(廳)’ 신설을 들고 나왔다. ‘IT(정보기술) 후진국’이란 불명예를 벗고,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지연시킨 주 원인으로 꼽힌 낙후된 디지털 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실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는 스가 관방장관이 6일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간 IT 행정은 내각부와 경제산업성, 총무성 등으로 나뉘어 국가의 중요 사안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세계 148개 국가·지역이 참가하는 ‘중국 국제 서비스무역 교역회’가 열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TV 연설에서 “중국은 대외 개방을 계속하면서 양질의 서비스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역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에서 처음 열린 대형 국제상업 이벤트다. 분야는 차세대 이동통신 ‘5G’와 로봇, 금융 등 다양했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들보다 일찍이 코로나19를 봉쇄했다는 점을 곁들여 중국 시장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각국과 함께 거시경제정책에서의 협조를 심화하고 그 바탕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데이터 경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미·중·일 3국의 사례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는 정치·경제의 격변기에 국가 지도자들의 국정 주도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권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목표를 잃고 시야도 편협하게 되어 버렸다. 장기 집권하고 있는 시 주석도 예외는 아니다. 두 번째는 미·중·일 모두 정치·사회적 사건에 함몰되어 코로나19 경제불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경제를 잃으면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트럼프는 인종문제, 아베는 측근비리와 인사전횡, 시진핑은 홍콩 탄압 등에 발목이 잡혔다. 세 번째는 이러한 추락정국의 탈출 대책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DX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몰고 오는 새로운 가치와 변혁을 말한다. 트럼프가 구상하는 제조업 초강국, 지난 7년 8개월간 아베와 손발을 맞춰온 스가가 내건 디지털청, 시진핑이 강조한 데이터 경제 등은 제조가 IT를 끌어들인 ‘인더스트리 4.0’과 IT가 제조를 끌고 가는 ‘인터넷 4.0’을 심화한 실천 전략이다. DX는 다시 말해 제4차 산업혁명의 개정·증보판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1일 2021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예산 편성 기본방향을 코로나 방역을 토대로 한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하는 뉴딜 투자, 국민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국정 성과로 잡았다. 그 핵심인 한국판 뉴딜(디지털·그린 뉴딜)은 산업·환경·연구개발(R&D) 등의 분야에서 총 66조8000억 원을 배정받았다. 이는 2020년의 56조9000억 원에서 11.7%가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다. 여러 정책 분야에서 전략성과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관료와 기업들의 피로감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작금의 흐트러진 국정 분위기를 쇄신해 집권 후반기 정책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판 뉴딜을 DX전략과 결합해 신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꾀할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