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요청으로 물품 공급기일이 연기돼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독일 회사가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우레이더시스템을 공급한 독일 회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대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독일의 L 사는 2009년 한국 정부와 강우레이더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하는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했다. 1차 계약에서 정부 요청으로 5차례 계약이 변경돼 2011년 9월 예정됐던 공급기일이 2014년 6월로 연기됐다. 서대산 등을 대상으로 한 2차 계약도 7차례 계약이 변경되고 공급기일이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L 사 측은 “정부 요청으로 강우레이더시스템 공급기일을 연기해 줬고, 이로 인해 추가비용을 지출했다”며 대금 총 11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계약 조건에 의하면 계약 기간 종료 전 서면으로 계약 기간 연장신청,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했어야 한다”며 “물품 공급기일 연기로 인한 추가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물품 공급기일이 연기되더라도 추가 대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수차례 계약을 변경하면서도 기일만 연기했을 뿐 공급대금은 변경하지 않아 회사 측이 추가 대금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1심은 “계약 일반조건 문언상 이 사건과 같이 원고의 신청이 아닌 피고의 요청으로 계약 기간이 연장된 경우까지 계약 기간 연장신청과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함께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정부의 다른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청구한 비용을 일부만 인정해 1차 계약에서는 계약이행보증증서비용 약 660만 원, 2차 계약에서는 선급금비용 약 5000만 원을 추가비용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지급하도록 했다.
2심에서는 1심에서 제외됐던 금융비용, 보험료, 서비스비용 등을 인정해 1차 계약 관련 비용 5500만 원, 2차 계약 관련 비용 5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