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사망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현대ㆍ기아자동차 단체협약 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전합(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27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기아차를 거쳐 현대차에서 일한 A 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근무하다 2010년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 이후 A 씨의 유족들은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자녀 1명을 채용해달라며 사측에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단체협약 규정이 유효한지가 쟁점이 됐다. 단체협약은 노조원이 산재로 사망하면 결격사유가 없는 직계가족 1명에 대해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했다.
1·2심은 이 규정이 사용자의 채용 자유를 제한하고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효로 판단했다. A 씨의 사망에 대한 현대·기아차의 책임은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합은 “이 사건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관의 다수 의견”이라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전합은 “단체 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경우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근속자 자녀 특별 채용하거나 우선 채용하는 것과 달리 사망한 근로자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유족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사용자가 부담할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것으로 유족 보호 목적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봤다.
아울러 “공개채용에서 우선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절차에서 특별채용된다”며 “사업 규모가 크다는 점과 특별조항에 따라 채용되는 유족의 수가 매우 적다는 점 감안하면 구직희망자들의 채용기회에 중대한 영향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기택·민유숙 대법관은 “산재 유족 보호 필요성 인정하지만 방식이 구직희망자라는 제3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