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가 은행 자율협의체에 상생기금 조성을 요청한다. 키코분쟁 자율조정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자 배임 이슈가 없는 상생기금 조성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4일 금감원은 키코 공대위를 만나 면담을 갖고 은행 자율협의체의 사안에 대해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키코 공대위는 기금조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키코 공대위는 조만간 은행들에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키코 공대위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컨센서스를 회복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의제가 있다면 널리 알리고 업계 공감대 형성이 우선 중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이 나오기 전인 작년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면담 때도 구제 기금 및 피해기업 지원용 펀드 조성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공대위가 다시 기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은행들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불수용한 데 이어 자율조정 논의마저 안개 속을 걷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계속 대척점에 서는 것보다는 상생으로 가는 것이 서로에게 더 좋지 않겠느냐"며 "단 이미 소송을 한 기업도 포함하자는 게 우리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금 조성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은행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고, 은행들이 기금 조성에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기금 규모 및 운용 방법 등 고민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액을 어떻게 선정할 지 기금이 조성된다면 투자 쪽으로 갈건지 돈을 주고 끝낼 건지 등의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키코 자율조정 협의체는 전체 키코 판매 은행 11곳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10곳이 은행협의체를 꾸리긴 했지만 아직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는 모양새다. 다만 일부 은행은 내부적으로 자율조정 판단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