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동맹을 맺으면서 상호 윈-윈(Win-Win)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과거 청와대나 경제부처 등의 주도로 대기업들이 협력한 사례는 있었지만,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긴밀히 협업한 사례는 드물어 눈길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S, 두산, 한화 등 전력, 발전기, 금융 분야를 망라한 민간부문 대표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새로운 사업모델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 두산퓨얼셀, 한화파워시스템, 한화자산운용 등은 전날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연료전지 연계형 감압발전 시스템 기술개발 및 상품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부응하는 것으로, 도시가스 정압시설에서 버려지는 에너지 재활용을 위해 에너지 전문 회사 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각사 간 공감대가 형성되며 이뤄졌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미활용에너지 이용을 위한 기술교류 △복합 에너지원을 활용한 효율화 작업 △사업모델 개발과 이에 대한 토탈 금융서비스 등이다.
연료전지 연계형 도시가스 감압발전은 천연가스를 가정에 공급할 때 정압시설에서 감압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발생하는 폐압을 활용한다.
기존에 버려지던 압력에너지인 폐압은 터보 팽창형 발전기(TEG)를 통해 전기 생산에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낮아진 온도를 보상하기 위한 열원은 연료전지에서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LS일렉트릭은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스마트에너지 분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향후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화파워시스템은 터보팽창형 발전기를 설치하는 감압발전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두산퓨얼셀은 연료전지 주기기를 납품해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장기유지보수(LTSA)를 담당하며, 한화자산운용은 민간영역의 금융조달과 전문적인 금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삼성,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모빌리티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직접 만나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선대에서 재계 총수들이 청와내나 경제단체 행사, 조문 등으로 조우한 적은 있지만,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긴밀히 협업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이 형식적 회동이 아니라 비즈니스 협업으로 ‘K모빌리티’ 동맹을 맺으면서 상호 윈윈 사례를 창조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은 드문 일이었다. 주요 기업들의 사업영역 교집합이 크지 않았고, 공급망이 글로벌화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 기업들과 협력할 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전통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이종 사업이 연계된 융합형 비즈니스가 등장하면서 기업 간 시너지를 낼 기회가 많아졌다. 또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경쟁 해외기업에 대항해 국내 기업끼리 뭉쳐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5G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과 SK텔레콤이 자율운항 선박을 놓고 협력하고 있다. LS엠트론과 LG유플러스는 원격 제어 트랙터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AIㆍ빅데이터 분야에서는 HMM과 카카오가 ‘스마트 워크 플레이스’ 구축을 위한 AI빅데이터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또 삼성SDS와 NHN은 고객사 클라우드 구축사업에 공동 참여키로 했고, 한화생명과 네이버는 보험시스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GS칼텍스와 현대차는 전국 거점지역에 수소충전소 확충을 위해 애쓰고 있다. LG전자와 네이버는 LG로봇에 네이버 데이터 플랫폼을 탑재하기로 했다. 특히, LG전자는 CJ푸드빌, 메이필드호텔, 우아한형제들, 현대차,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기술협력을 왕성하게 늘려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속에서 기업 간 협력이 한국경제에 희망을 주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