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인사를 단행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강기정 정무수석과 김조원 민정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5명의 수석비서관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지 3일 만이다. 일단 정무·민정·시민사회수석 등 3명을 교체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추가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노 실장과 수석들이 밝힌 사의 이유는 “최근 상황에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시장 혼란에 따른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호의적이지 않던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은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블랙 코미디’ 같은 행보였다. 서울 반포와 자신의 정치 기반인 충북 청주에 아파트를 갖고 있던 노 실장은 청주 아파트를 판다고 했다가 민심이 들끓자 뒤늦게 입장을 바꿔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불렀다.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조원 민정수석은 잠실 아파트를 판다며 호가보다 2억 원이나 비싸게 내놔 “팔 생각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직은 잠시고 집은 영원하다’‘직보다 집을 택했다’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민심역풍을 부른 일부 수석의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는 분위기 쇄신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여기서 선뜻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 있다. 문책 대상이다. 사의를 표명한 5명의 수석은 부동산 정책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다. 부동산 정책라인인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은 빠져 있다. 김조원 수석 등이 기름을 부은 것은 맞지만 민심이반의 근본적인 출발점은 부동산 정책이다. 그린벨트 해제와 서울 아파트 층수 제한 등을 놓고 빚어진 서울시와의 불협화음에 이어 임대사업자 특례 번복 등 잇딴 졸속 보완책은 정책의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전세시장이 위축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등 시장혼란도 심각하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최근 혼란은 차치하고라도 현 정부 3년3개월 동안 쏟아진 23차례의 대책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전월세 폭등까지 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정책 실패를 방증한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분명하다.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1년9개월 남짓 남았다. 5월초 70%까지 올랐던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이제 40% 중반까지 떨어졌다. 임기말 국정 혼란으로 자칫 동력을 잃고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국정쇄신이 시급한 이유다. 잃어버린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게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청와대 경제팀을 바꿔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 실장과 이 수석 등 현 경제팀으로는 더 이상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잘못된 정책기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이 추가 지지율 하락을 막고 민심을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