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온라인 쇼핑이다. 2013년 사스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가 이제 수백 개, 수천 개의 플랫폼이 진행하는 온라인 쇼핑 춘추전국 시대를 열고 있다. 우스개 소리로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는 죽은 시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판다’라고 할 정도로 없는 것이 없다. 2019년 광군제 기간 매출액이 243조 원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서며 세계 1위의 온라인 쇼핑천국이 된 지 오래다.
두 번째는 고속철도다. 중국 철도의 고속선 길이는 2019년 말 현재 약 3만5000㎞로 세계 고속철도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연간 전체 철도 수송인원은 35억여 명에 이른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포함해 80여 국가에 고속철도 및 관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고속철도 기술을 수입하는 나라가 이제 해외로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한 것이다. 중국은 2017년 자체 개발한 최고 시속 400㎞ 고속철 ‘푸싱호’를 베이징~상하이 노선에 투입함과 동시에 전방위적인 고속철도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세 번째는 알리페이, 위쳇페이와 같은 모바일 지불결제 시스템이다.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200조 위안(약 3경4000조 원)을 훨씬 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바일 결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20년 1분기 모바일 결제건수는 총 225억 건, 결제금액은 91조 위안(약 1경6000조원)에 이른다. 특정 단말기가 필요 없는 QR코드 방식으로 가맹점과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급격히 중국사회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공유경제다. 자전거, 배터리, 자동차, 세탁기 등의 생활서비스로 시작된 공유경제 시장은 교통, 오피스, 숙박 및 의료보건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중국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약 10조 위안(약 1700조 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정도 차지할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공유경제는 이미 거의 모든 업종에 침투되어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최근에는 기술과 지식, 과학연구, 제조업, 숙련공 등 새로운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제조 분야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가 바로 ‘셩이방(生意幇)’이다. 오프라인에서 제조업을 하는 기업들이 서로 돕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셩이방은 23개 업종의 1만5000여 개 소규모 공장을 공유하는 협동생산 플랫폼으로, 고객의 주문을 가장 작은 생산단위로 나누어 분석해 비교 우위가 있는 소기업에 아웃소싱하는 형식이다. 상하이에 본부가 있는 셩이방은 생겨난 지 1년이 되기도 전에 기업가치 규모가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넘어섰고, 월 평균 성장률은 65%에 이른다. 제조 분야별로 고객 수요 세분화와 제조단계별 공유 플랫폼, 개방형 혁신으로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술자 공유모델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2월 초 알리바바의 허마센셩(盒馬鮮生)은 다른 외식업 브랜드와 공동으로 종업원이 없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식당을 지원하는 ‘공유 노동자’ 플랫폼을 구축했다. 또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조기 복귀한 농민공에게 추가수당을 지급하거나 직접 전세버스와 고속철도 등을 동원해서 주변지역 유휴 노동자를 데려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도시봉쇄 등 지역간 이동이 금지되고 고향으로 간 숙련공들이 공장 복귀를 원하지 않자 제조업체의 숙련공 인력난 문제가 큰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 부진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종업계간 기술자 공유 플랫폼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의 파괴적 혁신이 비록 미·중간 패권경쟁과 코로나로 인해 힘든 도전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혁신과 진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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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