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편의점만 나홀로 웃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다중 이용 시설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진 데다 정부의 지원금 효과도 톡톡히 누린 결과다. 여기에 요기요와 네이버, 카카오톡 등 주문 업체와 손잡고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아 발빠르게 대체한 점도 주효했다.
이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각각 10%씩 떨어졌지만, 편의점은 29.0% 치솟은 바 있다. 편의점이 위기에 강하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평가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로 집계됐다. 생활용품 판매가 7.7% 늘었고, 담배 매출도 4.9% 증가했다. 음료 등 가공 제품 소비도 0.9% 확대됐다. 다만 잡화는 -1.6%, 즉석식품은 -7.8%로 뒷걸음질쳤다.
월별로는 1월 말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대형마트 등 다중집객 시설 이용을 기피하는 분위기에 2월 매출이 7.8% 증가하며 반사익을 거뒀지만, 3월과 4월에는 개학 연기와 장기 저장 목적 소비가 늘면서 각각 -2.7%, -1.9%로 주춤했다. 편의점 매출이 2개월 연속 역신장한 것은 산업부 통계 사상 최초다.
하지만 5월과 6월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효과에 각각 0.8%, 2.4% 매출이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정부의 13조 규모의 보조금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이커머스 등에서 사용이 불가능해 혜택은 오롯이 식자재마트나 편의점의 몫이 됐다.
소비 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효과도 봤다. GS25와 CU(씨유),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요기요’와 ‘카카오톡’·‘네이버 주문하기’ 등에 재빠르게 입점 매장을 늘려왔다. 이에 더해 GS25는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라는 자체 배송앱을 론칭하고, CU는 도보배달 전문업체인 ‘엠지플레잉’과 손잡고 서울지역에서 근거리 도보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백화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1~6월에 비해 14.2% 미끄러졌다. 잡화(-27.6%), 여성정장(-29.5%), 여성캐주얼(34.9%), 아동스포츠(-22.4%) 등 전체 매출의 60%에 이르는 패션 의류에서 쓴맛을 봤다. 동향 조사에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3사가 포함된다.
하지만 해외 여행 자제에 따른 여유자금이 명품으로 쏠리면서 해외 유명브랜드 매출은 9.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럭셔리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약 20% 수준에서 6월 말 기준 29.8%로 치솟았다. ‘집콕’에 리빙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정용품 매출도 2.9% 확대됐다.
다만 점차 매출이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3월 백화점 매출 증감률은 -40.3%로 집계됐고, 여성정장(-54.0%)과 남성의류(-51.3%), 아동스포츠(-52.8%) 등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션 부문이 반토막 난 바 있다. 하지만 4월과 5월, 6월에 걸쳐 전체 매출 증감률은 각각 -14.8%, -7.4%, -3.4%로 낙폭을 줄이는 모습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이 포함된 대형마트의 올 상반기 매출 증감률은 -5.6%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매출증감률 -5.1%와 큰 차이는 없다. 비주력인 의류(-30.4%)와 스포츠(-17.2%), 잡화(-25.7%)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장기 저장 목적 소비에 생필품 수요가 늘며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식품이 -1.3%로 지탱한 까닭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소비 패턴 변화나 전염병 등 각종 이슈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서 전화해 택배와 금융 등 근거리 생활 라이프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