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혁신의 피로감

입력 2020-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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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사기(詐欺)로 점철된 사모펀드와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시장이 투자자들의 피해와 불신으로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이 시장은 ‘규제 완화, 금융권 메기’ 등 불과 몇 년 전 금융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며 금융혁신의 총아로 불렸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정부가 바라는 ‘혁신’이 무엇인가. 혁신이란 키워드를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잘 알려졌지만, 2015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이후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때 정책을 쉽게 풀이하면 민간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사모펀드 시장을 열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투자 한도를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추자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사모펀드로 몰렸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선 수요가 늘어나는 사모펀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의 이익 증대와 회사의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정부가 직접 나서 사모펀드 규율 체계를 완화해 투자자의 다양한 성향에 맞는 상품들을 등장시키고, 시장에 자본이 공급되게끔 만드는 게 주요 목적인 탓에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가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자격이 부족한 일부 운용사들이 시장에 들어와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사모펀드 사태’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혁신이란 미명 아래 지난 정부는 무책임한 규제 완화를 자행했고, 현 정부는 관리와 책임에 소홀했다.

P2P금융은 어떠한가. P2P 업체는 투자를 원하는 사람과 돈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금융 플랫폼이다. 투자를 받은 쪽이 부실해지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를 못 받게 되는 구조다. 2017년 1조7000억 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이달 기준 10조9000억 원으로 커졌다. 투자자는 4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다량의 P2P 업체가 한꺼번에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가짜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거나 ‘돌려막기’ 방식으로 운용되는 부실 업체들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현장방문에서 “더 많은 기업이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금융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칭찬했던 업체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금융 혁신’이라고 칭찬까지 했던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 사모펀드와 P2P사태를 진단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Big Tech)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고민한다. 이미 정부는 기성 금융회사와 역차별 논란까지 일으키며 이들을 금융혁신이란 키워드로 몸집 키우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규제를 허물고 금융권의 메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하며 금융산업의 만능키로 우대한다.

온라인 상거래시장과 검색 시장을 잡은 네이버, 전 국민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가진 카카오, 사업의 확장성에 마침표를 찾기 어렵다.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막대한 고객군을 바탕으로 비금융 분야, 금융 분야를 자유롭게 연결해 나간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를 집중 조명하면 보신주의 금융권에 소비자에게 큰 편익을 가져다준다는 혁신을 좇는 핀테크 산업 육성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과거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모펀드 순기능을 강조하던 때와 다르지 않다. 서민들의 금융시장으로의 문턱을 낮춘다는 P2P금융의 순기능도 출발은 신선했다.

다만 미래의 사고 징후는 오늘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상 혁신이란 속도전에 소비자 보호 등 사후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친다. 일각에서는 특혜와 역차별 논란과 함께 엄격한 규제를 받는 공정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 완화와 함께 감독 강화가 수반될 때, 보신주의 급급한 이 같은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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