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부장 2.0 전략’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삼성·LG·SK 등 수요 대기업과 협력기업, 개발기업, 공공연구기관이 품목마다 스크럼을 짜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연구개발부터 시장화,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주기 관리 체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정책에서 대기업을 도외시해 왔으나 이번 ‘소부장 2.0 전략’에서 대기업 역할이 강조된 것은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특허 전쟁에 대응해 연구개발 시작부터 지식재산을 염두에 둔 이른바 ‘지식재산기반 연구개발’을 의무화한 것도 기술전략으로서 진일보한 개념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년간 소부장 산업이 ‘가마우지 경제’가 아니라 먹이를 부리 주머니에 담아 새끼를 키워내는 펠리컨처럼 부품 자립화 경제로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소부장 강국,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우뚝 서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부장 2.0 전략’은 1년간 준비와 실행을 계속해 왔고, 특히 극일(克日)이라는 감성에 바탕한 단합력이 작동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소부장 2.0 전략’이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실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과거의 많은 ‘범부처형 종합전략’들이 임기응변책으로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지속가능성이 떨어져 구두선에 그쳤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렇다.
이번 ‘소부장 2.0 전략’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이 제각각으로 서로 잘 연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할 수 있다. 기초연구가 응용기술로 어떻게 이어지고, 중소벤처의 기술개발이 어떻게 대규모 기술개발로 발전되는지에 대한 정책과 전략의 미흡이 드러난다. 게다가 많은 유수의 대학들이 소부장에 총동원되고 있는데 이들과의 연계 전략도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 소부장 전략의 거버넌스 최정점에 경쟁력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 소부장 전문위원회가 있다. 이 기구들이 잘 협력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 점에서 ‘소부장 2.0 전략’을 더 다듬어가면서 개선해야 한다.
21세기의 신산업정책은 특정 기술·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즉, 트랜스포머티브 이노베이션이 일어나야 한다. 이는 사회와 나라 전체의 시스템 개혁을 함께 일궈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관점에서 국가 관계를 겨냥한 연구개발과 이노베이션 정책의 연계가 있어야 한다. 그랜드 챌린지(야심적 도전), 인텔렉추얼 챌린지(지적 도전), 글로벌 챌린지 등의 ‘와이드 비전’을 담아야 한다. 호라이즌 유럽, 중국제조 2025,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빅10 아이디어는 이런 내용들을 나름대로 담고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산자부 산하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소부장을 포함해 새로운 산업기술 혁신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 촉진이라는 새로운 추세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학·산업기술의 발전을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산업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소부장 2.0 전략’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