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를 말하다②]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 “ESG투자는 착한 기업에 돈이 흐르게 하는 힘”

입력 2020-07-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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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수 이사, 국내 최초ㆍ최다 ESG 채권 인증 이력 보유…“‘자본’으로 ‘착한 프로젝트’를 끌어내야”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24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24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wiseforest@)

“ESG 투자는 착한 기업에 더 많은 돈이 흐르게 하고, 나쁜 기업에는 자금이 마르게 한다. 사회책임투자로 자본시장의 자정작용을 이끌 때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는 24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업이 ESG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시장이 함께 해야 한다”면서 “기업에만 역할을 요구하지 말고 정부와 투자자도 사회책임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옥수 이사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국내 유일의 공인회계사다. 2018년 국내 ESG 시장이 걸음마를 뗀 당시, 그는 산업은행의 녹색 채권 인증에도 참여했다. 시장에선 지속가능 금융 전문가로 꼽히며 국내 최초이자 최다 ESG 채권 인증 타이틀도 있다.

◇“ESG 시장, 기업만큼 투자자ㆍ정부 역할 중요해”

우리나라 ESG 투자 시장은 아직 성장 단계다. ESG 채권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공공이익을 강조한 특수목적 채권을 의미한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만큼, 시장 규모나 플랫폼 환경도 활성화됐다. 이 이사는 세계 ESG 시장과 비교하면서 국내 시장의 현주소를 짚었다.

그는 “ESG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시장에선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하나의 성과 지표로 삼기도 한다. 관련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지표를 따로 마련할 정도로 자본시장 내 이해관계자들이 ESG 투자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시장은 ESG 투자와 관련해 세제 혜택 등 보조적으로 인센티브를 뒷받침해주면서 투자를 장려한다”며 “우리나라도 시장관계자의 투자 참여를 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기업의 자발성에만 기대어 상품 출시를 촉구한다면 ESG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에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담보하면서 정부와 투자자를 비롯한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나서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옥수 이사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본래 목적이다. 기업에만 ESG 채권 발행을 요구한다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뿐더러 성장 한계를 겪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투자 선호와 정부의 저금리 지원 정책 등이 함께 맞물려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24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ESG 채권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24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ESG 채권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wiseforest@)

◇“채권 인증, ESG 시장 신뢰도 높이는 대안될 것”

그는 ESG 채권 시장이 커지면서 ‘채권 인증’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ESG 채권 인증 과정은 사전과 사후로 나뉜다. 사전 과정에선 국제자본시장협회 등 국제사회의 준거 기준에 따라 평가를 진행한다. 이옥수 이사는 “핵심은 ‘환경, 사회 중 어디에 속하는가’ 보다 ‘실제로 유효한가’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즉, 투자 사업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지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채권 발행 이후에도 조달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쓰이고, 사회ㆍ 환경적인 성과를 창출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동안 채권 인증이 ‘사전’에 치중됐다면 앞으로는 ‘사후 인증’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옥수 이사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자금을 모았는데 석탄발전 산업이나 폐수 방출 등 본래 방향과 어긋난 곳에 쓰인다면 시장 불신을 키울 것”이라며 “발행 준비가 잘된 것도 의미 있지만, 투자 자금이 본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는지 살펴보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ESG 시장은 사전 관리체계에 대한 인증만 받는다. 사후 관리는 투자 유치 이후 기업이 ‘투자자 안내문’이라는 형태로 고시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과 투자자 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후 인증’이 필요한 배경이다.

이 이사는 “일반적인 기업 감사 형태처럼 독립된 제3의 기관이 인증해준다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며 “채권 인증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그는 한국거래소와 MOU 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옥수 이사는 ”국내 ESG 채권 시장은 2018년 이래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성숙 단계의 모델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이에 따라 ESG 투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ESG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번 한국거래소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며 “기업들의 사후 인증을 지원하고, 관련 보고서도 한국거래소 플랫폼에 제공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책임투자는 시장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맞물렸을 때 가능하다”며 “이제는 기업에 자발적인 노력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관계자들이 ‘자본’으로 ‘착한 프로젝트’를 이끌어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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