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에도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그간 하드웨어에 치중했던 ICT산업과 관련해 업무활용도를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25일 한국은행 미시제도연구실 남충현 부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노동생산성 둔화 요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급감한 것은 불확실성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과 해외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둔화, 전자·자동차·조선업 등 주력 산업과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포화, 저생산성 기업에 대한 퇴출 부진 때문이라고 봤다.
노동생산성이란 1인당 실질부가가치를 의미하며, 광업·제조업 조사에 따르면 위기 이전(2002~2008년) 대비 이후(2009~2017년) 우리나라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6.3%포인트 하락했다. 전산업부문에서도 1.72%포인트 떨어져 같은기간 미국(-0.51%p), 영국(-0.96%p), 일본(-0.57%p), 독일(-0.76%p), 프랑스(-0.51%p)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둔화세보다 컸다.
우리나라의 경제 불확실성 지수는 위기 전 112.8에서 이후 146.2까지 상승했다. 이는 곧 제조업 설비투자 부진으로 이어졌다. 실제 투자규모를 엿볼수 있는 1인당 유형고정자산인 자본장비율은 위기 전 3.7%에서 이후 1.7%로 떨어졌다.
수출 증가율과 노동생산성 증가율간 상관계수가 0.77에 달하는 가운데, 수출도 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를 보인 2010~11년을 제외하면 위기 이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상관계수란 0부터 ±1까지의 숫자를 가지며 절대값이 높을수록 두 변수간 관계가 정방향이든 역방향이든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 총부가가치의 절반에 가까운 47.1%를 차지하는 주요산업의 제조업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위기 이후 10.3%포인트나 하락했다. 부문별로 보면 전자부품은 8.9%포인트(제조업내 부가가치 비중 22.7%, 이하 동일), 자동차는 7.3%포인트(11.4%), 기타기계는 8.6%포인트(8%), 조선업 등 기타운송장비는 16.4%포인트(5%)씩 떨어졌다.
생산성 상승을 견인했던 산업의 위기전후 노동생산성 증가율간 상관계수도 -0.89에 달했다. 이는 그만큼 성장동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기업규모별로는 종업원수 300명 이상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위기 후 7.9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같은기간 중소기업(종업원수 10~299명)(-4.64%p) 하락폭 보다 큰 것이다. 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했던 ICT 확산, 글로벌 밸류체인(GVC) 확대 등 생산성 제고 효과가 소진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고 봤다.
위기 후 저생산성 기업의 퇴출도 부진했다. 실제 노동생산성 하위 20% 기업의 3년후 및 5년후 퇴출률은 각각 50.2%와 61.1%로, 위기전(각각 55.4%, 66.0%)보다 하락했다. 특히 음료(-12.2%p), 의료(-12.0%p), 자동차(-10.8%p), 고무(-10.0%p), 가죽·가방 제조업(-9.6%p) 등에서 3년후 퇴출률이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24개 중분류 산업 중 17개 산업에서 위기 이후 인적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하락했다. 특히, 코크스(-2.97%p), 1차금속(-2.35%p), 음료(-2.1%p), 펄프·종이(-1.78%p), 자동차(-1.75%p), 기타운송장비(-1.42%p) 제조업에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밖에도 노동생산성 상위 5% 이내인 선도기업과 그밖의 후행기업간 노동생산성 수렴속도도 위기전 0.334에서 위기후 0.321로 하락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 및 조선 제조업(0.39→0.34)의 수렴속도 하락폭이 가장 컸다. 경공업(0.28→0.26)과 전기·전자(0.40→0.38)도 하락한 가운데, 중화학(위기전 0.36→위기후 0.36)만 유지했다.
남충현 한은 부연구위원은 “위기 이전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순풍에 대기업과 정보통신 주력부문이 호황을 누린 것이 노동생산성 둔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 선도기업과 후행기업간 노동생산성 수렴도 역시 기업간 경쟁에 따른 파급효과 약화로 상승사다리가 막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투자활성화나 기업 생태계 역동성 강화, 연구개발 촉진 등이 필요할 것을 보인다”며 “특히 하드웨어에 치중했던 IT쪽에서는 업무활용 부문에서 제고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또, 사실상 오너에 대한 무한책임도 회사가 망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줘 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 창업자에게도 기업 퇴출후 안정망을 마련하고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