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가지급금 120억여 원을 시(市)에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이달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삼성물산이 가지급금 82억여 원을 서울시에 예치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포함해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은 2004년 7호선 연장 공사(온수역~부평구청역)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서로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담합했다는 혐의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엮인 탓에 당시 업계 파장이 컸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 부천시 등은 2010년 관할 공구별로 건설사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최종 판결을 못 받고 있다.
법정 다툼이 길어지게 만든 가장 큰 쟁점은 손해배상 청구권이다. 2014년 1심 재판부는 소송 제기를 기점으로 청구권 소멸 시효인 5년 이내에 지급한 공사비엔 청구권이 유효하다고 인정했지만, 2016년 2심에선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건설사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대법원은 1심 재판부와 같이 연차별로 공사비를 따져야 한다며 재판을 2심으로 파기 환송했다. 인천시가 GS건설과 SK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건설업계 안팎에선 이자 부담 탓에 건설사가 가지급금 지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해석한다. 손해배상 지연 이자를 매길 때는 일반적으로 법정이율 연(年) 5%를 적용한다. 7호선 담합 사건에선 법정 다툼이 10년째 이어지면서 이자가 원금의 절반 수준까지 늘어났다.
서울시 구간만 따져도 시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에 청구한 손해배상 원금이 270억 원인데 이자가 148억 원으로 불었다. 우선 가지급금을 예치해 두면 이자가 더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등은 아직 가지급금 지급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