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노조 단결권 강화가 우려된다며 종합적인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4단체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 경제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정부는 ILO 핵심협약 제87호, 제98호 비준과 관련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이외의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및 현행 노조전임자 제도의 근로시간면제제도 편입·통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경영계는 비종사조합원의 노조가입 허용에 따라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이 전반적으로 뒤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당하게 해고된 자, 퇴직자, 실업자, 사회적 활동가 등 기업과 무관한 자의 노조가입이 가능하고 이들이 노조 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해당 기업에 무리한 이슈를 가중시킬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경영계는 “정부입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을 강화시키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조합원의 노조활동도 확대된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기울어져 있는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가입 허용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중대한 국가적 사안인 만큼 정부는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고 노사 간 요구사항을 균등하게 고려해 종합적·일괄적인 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계는 “노사간 자주성, 균형성을 확보하고, ILO 핵심협약 제98호 제2조에 의한 상호간 지배·개입 행위 방지를 위해 현재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과 근로시간면제제도의 기본 틀은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한-EU FTA의 전문가 패널 절차도 중단된 상황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