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이 14조5300억 원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수입-지출)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모인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확 쪼그라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적립금 고갈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고용보험료 인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용노동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0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소관부처 예산으로 총 6조4337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실업급여 재원은 3조3938억 원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한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올해 본예산으로 실업급여를 9조5158억 원으로 편성했지만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직장을 잃어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자가 49만 명 더 늘어 것으로 예상돼 추가 재원을 대폭 편성했다”고 말했다.
경영난에도 기업의 고용유지조치(유급휴업·휴직)로 휴직 중인 근로자 등에 정부가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추경 예산도 8500억 원 편성됐다. 현재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지원금 신청 급증으로 본예산(351억 원)을 포함해 7964억 원이 지급됐다. 여기에 추경이 더해지면 지급액은 1조6194억 원으로 늘어난다.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추경 재원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에서 마련된다.
올해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액이 본예산(9조5509억 원)보다 많은 14조529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업주와 근로자로부터 거둬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임 차관은 “이번 추경으로 올해 기금 지출이 애초 예상치인 15조5000억 원에서 21조4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1월 고용보험 재정전망을 통해 올해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수입 14조3000억 원, 지출 15조2000억 원으로 9000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예상한 21조4000억 원을 여기에 대입하면 적자액은 7조1000억 원이다. 이럴 경우 고용보험기금 적립금도 대폭 줄어든다. 적자액이 적립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적립금은 2017년 말 10조1368억 원으로 늘어난 이후 2018년 말 9조3531억 원, 2019년 말 7조8301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 수당, 출산휴가 급여 등 모성보호지원, 청년채용장려금 확대 등이 적립금 감소로 이어졌다. 2019년 10월 고용보험료율(실업급여 기준)이 1.3%(사업주·근로자 각각 0.65% 부담)에서 1.6%(각각 0.8%)로 인상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박사)은 “적립금 감소 추세 속에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등의 지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적립금 고갈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고갈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 고용보험료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기금 지출 부담 최소화를 위해 정부 재원으로의 보전, 공공 예수금 활용 등을 강구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