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투자자금의 약 절반인 2400억 원을 확보했다. 정부의 기간산업 안정화 기금 지원 및 국내 금융사의 재정지원 여부가 관건으로 남았다.
1일 쌍용차는 비핵심자산 매각을 포함한 자산 구조조정의 목적으로 서울서비스센터 매각을 추진,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대상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자리한 서울서비스센터다. 토지면적만 1만8089㎡(약 5471평)에 달하는 대규모 용지다. 쌍용차는 이번 부지 매각으로 약 1800억 원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달 15일 이곳 부지 매각을 위해 경쟁 입찰에 나섰다.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주)피아이에이(PIA)를 최종 선정했고, 내부 승인을 거쳐 계약을 마쳤다. 매각 대금은 6월 말까지 입금될 예정이다.
앞서 자본시장에서는 공시지가(약 690억 원) 등을 고려했을 때 매각 대금이 1000억~1100억 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매각 대금이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경영 정상화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서비스센터 용지를 매각했지만, 이곳은 당분간 서비스센터로 유지한다. 매각 조건에 3년 동안 이 부지를 임대받는 조건이 포함된 만큼, 보증수리와 서비스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서울서비스센터는 3년 임대 조건으로 매각이 진행된 만큼, AS 등 고객 서비스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 더욱 나은 고객 만족과 서비스 품질 제공을 위한 대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 안에 다른 부지를 찾아 자리를 옮기겠다는 뜻이다.
이번 서비스센터 용지 매각으로 쌍용차는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앞서 쌍용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투자 자금으로 3년 동안 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2300억 원은 비핵심자산 매각과 자구노력 병행, 직원 복지 축소 등을 통해 쌍용차가 직접 마련하고, 나머지 2700억 원은 산은의 지원 또는 국내 금융사의 재정 지원을 기대해 왔다.
앞서 투자 철회를 선언한 마힌드라도 안정화 자금 400억 원을 약속했다. 부산물류센터를 매각한 자금 약 230억 원도 추가됐다.
여기에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대금 1800억 원이 큰 힘을 보태면서 쌍용차는 2400억 원을 훌쩍 넘는 경영정상화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전체 경영정상화를 위한 5000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쌍용차는 향후 신규 투자자 유치를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무구조 개선을 꾸준히 추진한다.
인재개발원, 천안·영동 물류센터 등도 매각한다. 생산 관련 시설을 제외한 모든 자산에 팔아 회생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남은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40조 원 규모의 정부 기간산업 안정기금 중 약 20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7월 만기가 되는 산업은행의 900억 원 규모의 대출 상환유예도 신청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와 산은이 소극적이다. 앞서 산은은 2018년 한국지엠 부도 위기 때 8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바 있지만 쌍용차는 한국지엠과 사정이 다르다. 한국지엠은 산은이 2대 주주인 반면, 쌍용차는 단순히 채권은행이기 때문이다.
기간산업 안정화 기금 지원도 불투명하다. 쌍용차의 경영 위기가 이미 코로나19 쇼크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점 때문이다.
앞서 산업은행도 "(쌍용차 지원에 대해)구체적인 견해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며 ”대출 연장과 지원 여부에 대해 아직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일반 기업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을 결정하면 향후 반대 여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소극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지원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일종의 책임 회피를 위한 출구전략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산업은행과의 협상은 6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만기 1개월 전에 협의를 시작해 전 분기 실적과 전월까지의 실적 등을 보고 상환 능력 협의를 한 후 대출 연장 등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