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영국에서 발행한 여권을 가진 홍콩 주민의 영국 체류 가능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홍콩의 자치권 붕괴에 대비해 영국에서의 취업 기회 등을 늘려 시민권 부여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 새로운 정책에 적용되는 것은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기 전에 발행한 ‘영국 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 passport, BNO)여권’을 가진 주민이 대상이다. FT에 따르면 이런 사람은 약 31만5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영국에서 영사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영국 국민과 동등한 시민권을 부여받은 건 아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홍콩보안법에 대해 “홍콩 사람들의 자치를 침해하고,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 중국과 영국의 공동선언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콩보안법을 시행할 경우에는 여권을 소지한 홍콩 주민의 체류 기간 규정을 변경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영국 체류 가능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 향후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영국 내에서는 보수파를 중심으로 “무조건 영국의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해 영국 정부가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기본법 23조에 있어서, 홍콩특별행정구 자신이 홍콩의 법 제도 하에서 ‘국가안전조례’로 정한 것이다. 홍콩기본법 23조는 국가에 대한 반역, 국가의 분열, 반란의 선동, 중앙정부의 전복, 국가기밀의 부정한 취득을 금지해 외국 정치조직이 홍콩에서 정치활동을 하거나 홍콩의 정치단체가 외국 정치단체와 관계를 갖거나 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 외부 세력에 의한 내정 간섭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홍콩에서의 정치 활동과 언론의 자유가 크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
중국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폐막일에 홍콩보안법 표결을 강행,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과 홍콩자치권 조사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한 것이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분명히 했다.
FT는 “유럽연합(EU) 탈퇴로 이민자 수용을 제한하려는 영국 정부가 홍콩 주민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건 ‘놀라운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정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난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1997년 홍콩 반환 후 시행된 ‘일국양제’ 틀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