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재정집행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고 인프라투자를 서두르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비관 시나리오 가정 시 올 -1.8%, 내년 1.6% =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마이너스(-)0.2%와 3.1%로 예상했다. 이를 2월 예측치(각각 2.1%, 2.4%)와 비교해보면 올해는 큰 폭 하향, 내년은 큰 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1998년 -5.1%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확산세가 2분기(4~6월) 중 정점을 찍고 줄 것을 가정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 시나리오 하에서는 올해 -1.8%, 내년 1.6%를 예상했다. 반면, 낙관 시나리오를 가정하더라도 올 성장률은 0.5%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 하에서 내년 성장률은 3.8%를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전개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내년 3.1% 성장 수치는 잠재성장률이 2%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점을 감안하면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 V자 형태 회복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0.3%, 내년 1.1%를 예상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2월 전망(올해 1.0%, 내년 1.3%) 대비 크게 낮춘 것이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엇비슷할 것으로 봤다. 올해는 기존 전망치와 같은 570억 달러를, 내년은 기존 540억 달러에서 550억 달러를 예상했다.
결국 내년 성장률 반등은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인식에 같이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내년엔 안정될 것이라는 배경에 기저효과를 고려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봤다.
◇ 경기부양책 효과 극대화하고, 적극 재정 필요한 때 =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펴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대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전망이) 무리한 전망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1분기 소비에 이어 2~3분기 순수출 쪽에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된다. 순수출 쪽 역풍을 국내 부양정책으로 얼마나 보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성격이 다르다. 통화정책은 일부 유동성을 푸는 조치도 있지만 성장세 회복을 이끌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통화정책은 당분간 지켜보는 쪽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재정정책은 한계상황에 직면한 가계와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경제가 추가적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교수는 “우리 경제는 내수 비중이 낮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내수 비중이 높은 선진국은 성장세가 크게 둔화하는 반면 우리 경제는 영향이 적을 수 있다”며 “반면 점차 수출이 영향을 받고,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우리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재정과 통화정책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추가경정예산이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부양이 이뤄지는 쪽으로 사용돼야 한다. 내수측면에서는 기업투자 촉진책을 펴고,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교통 및 유통, 교육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끝으로 수출기업 우대 정책으로 수출기업의 의욕을 높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