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이날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47명으로 집계됐다. 2월 6일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카운티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111일 만이다. 전 세계 사망자 35만 명 가운데 무려 3분이 1이 미국에서 나왔다.
사망자 10만 명 돌파는 역사적인 사건들에 맞먹는 수준이다. 1957∼1958년 신형 A형 독감 바이러스(H2N2) 사망자 11만6000명, 1968년 A형 독감 바이러스(H3N2)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10만 명에 버금간다.
또 한국전쟁, 베트남전,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까지 70년간 벌어진 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추산했다.
이에 NYT는 “역사적으로 이번 희생 규모를 비교해보면 숨이 멎을 지경”이라면서 “1918년 스페인 독감(H1N1)으로 인한 피해(약 67만5000명 사망) 이후 최악의 공중보건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인 현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15명뿐이라면서 며칠 안에 0에 가깝게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미국의 대통령 연대기에서 이보다 더 완벽히 틀린 예측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미국 내 가장 상황이 심각했던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고 “주민 위해 정치는 제쳐뒀다”면서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노(no) 마스크’를 고집하고 있다. 미 백악관이 11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지침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이라서”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마스크 착용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자 당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존중을 의미한다”면서 “마스크 착용을 통해 서로를 보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숱한 지적에도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는 트럼프를 향해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날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