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원차트 시장에 다시 '음원사재기' 논란이 일어났다. 지니뮤직과 멜론 등 국내 1~2위 업체에서 빚어진 일이라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음원 사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던 가수 황인욱이 지난 24일 발매한 싱글 ‘취했나봐’로 또 다시 사재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26일 음원업계에 따르면 황인욱의 신곡은 발매 후 차트인에 성공하며 멜론과 지니뮤직 등에서 차트 상위권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지니뮤직에서는 슬기로운의사생활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와 아이유의 ‘에잇’까지 단숨에 따돌리며 25일 새벽 1시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차트 1위 타이틀을 안긴 지니뮤직은 “자체 조사를 해본 결과 어뷰징 등의 사재기 의혹은 없었다”며 “이번 사태로 경찰 수사 등 사재기 관련 추가 검증은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전히 ‘황인욱 사재기’ 논란이 뜨겁다. 사재기를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음원 발매 첫날 멜론에서 10위 안에 안착하고, 지니뮤직에서 1위까지 치솟는 시간이 불과 7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상 BTS(방탄소년단)나 엑소, 아이유, 볼빨간사춘기 등의 음원 강자들이 신곡을 낼때 발생하는 일이 팬덤도 크지 않은 솔로 가수에서 나타났다는 점에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쿨의 ‘아로하’ 리메이크로 차트 1위를 휩쓴 배우 조정석이나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신효범 원곡)’ 등은 드라마의 인기와 배우 인지도가 높아 음원 성적에 반영돼 단 기간에 차트 1위가 가능했지만 황인욱은 객관적인 인지도를 봤을 때도 이 같은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 뮤직비디오·앨범평점 “1위 음원 공식 다 벗어나”
사재기 의혹을 주장하는 누리꾼들은 이처럼 심증적 의구심 외에도 일반적으로 음원차트 1위 곡이나 가수에 뒤따르는 △뮤직비디오 조회수 △좋아요 하트수 인증 △댓글 게시글 △앨범 평점 등의 수치에서 모두 ‘1위 음원의 룰(법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1위 음원 가수노래는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수백만회, 좋아요 하트수 인증도 1만회 이상, 댓글 게시글 1만개 이상, 앨범평점 3.5 이상의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황인욱의 ‘취했나봐’는 지니뮤직 1위까지 유튜브 뮤비 조회수가 1만회를 겨우 넘었고, 지니뮤직 좋아요 하트수는 211회, 멜론 하트수는 684회가 전부다.
멜론 앨범 평점은 현재 0.9점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음원 댓글 양과 내용이다. 현재 멜론 댓글에는 모두 6516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90% 이상이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고, 자신들의 가수를 홍보하는 타 가수 팬들의 ‘음원 홍보’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른 바 ‘정의구현 원정홍보’를 한 셈이다.
이와 달리 순수 팬들은 “작년 ‘포장마차’에 이은 연타석 홈런이다”, “사재기 의혹만 있을뿐 수사기관, 공공기관 어디도 입증 못하는 악의적인 소문”이라며 황인욱을 응원하고 있다.
황인욱은 지난 2017년 싱글 ‘취하고 싶다’로 데뷔했고, 지난해 ‘포장마차’로 음원 1위를 차지하며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황인욱은 “사재기는 사실무근이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오비이락?…‘실시간 음원차트 고수’ 지니뮤직서 1위
음원 업계는 사재기 의혹은 앞서 음원 사이트 자체 조사나 정부 검증에서도 쉽게 포착하지 못했다며 검경 수사 등으로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매번 의혹만 되풀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는 사이 의혹을 제기한 쪽과 의혹을 받는 가수 모두 법정 소송 및 비판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고, 동시에 해당 가수를 아끼는 팬들까지도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SKT 플로와 네이버 바이브 등은 실시간 음원차트를 폐지하고, 이른 바 ‘대중픽’을 선호하는 24시간 순위 차트제로 바꾸고, 개인 취향에 맞는 AI(인공지능) 추천 등으로 음원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음원 사이트인 멜론마저도 실시간 음원차트를 폐지, 일간 차트로 개편을 선언하는 등 음원 업계 스스로 ‘사재기 논란’을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KT가 운영하는 지니뮤직은 ‘실시간 차트’를 유지한 채 어뷰징 등 사재기 논란을 막을 대체 기술을 적용해 폐해를 줄이겠다며 ‘실시간 차트’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실시간 음원 차트가 아이돌 팬덤은 물론 가수들에게도 ‘음원사재기’, ‘총공(팬들이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음원을 듣는 일)’ 등의 부작용으로 부담으로 주고 있고,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등 취향 중심의 추천식 음원 서비스가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아이돌 팬덤 스스로도 내 가수를 위해 음원 줄세우기, 스트리밍 등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고는 있지만 ‘사재기’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해당 음원사이트의 폐해에 환멸을 느낄 정도로 불만이 곪을 대로 곪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