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학습량을 감축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올해 중ㆍ고등학교 3학년에 적용된 새 교육과정(2015 개정교육과정)의 학습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최근 ‘OECD 교육 2030에 비춰 본 국내 역량교육 실행 모습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학습량 과다로 대부분의 교사가 진도에 대한 부담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교육과정은 2017년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전면 시행 중이다. 교육부는 애초 새 교육과정 추진 단계부터 ‘학습 부담 20% 경감’을 목표로 학습 내용의 수준과 범위를 적정화했다.
2009 개정교육과정에 비해 고등학교 공통수학에서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과 부등식의 영역을 뺐으며 ‘확률과 통계’에서는 ‘분할’과 ‘모비율의 추정’이, ‘기하’에서는 공간벡터를 석제했다. 영어는 실생활에 유리한 단어를 포함하고 학교급별로 어휘를 나눠서 제시하는 등 학생 학습 부담을 경감시켰다.
그러나 KEDI 보고서는 이 같은 조치에도 “학습량이 여전히 과다하다”고 분석했다.
최수진 KEDI 교원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학습량 과다 문제는 문서화된 교육과정의 교과 내용 체계와 교과의 내용 지식을 주로 묻고 있는 입시제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습량 과다로 인한 수업 진도 부담으로 2015 개정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이 때문에 수업은 역량 중심으로 하지만 평가는 여전히 '줄 세우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EDI는 학교 현장에서 새 교육과정이 적합하게 운영되려면 ‘역량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소 △교사 근무 시간 내 수업 준비 시간 확보 고려 △과정 중심평가 내실화 △교사 역량 강화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