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 국내 정유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식판매가격(OSP)의 예상치 못한 인상으로 하반기에도 마냥 회복세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석유제품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OSP가 아직까진 마이너스에 머물며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제품의 수요 증가가 동반돼야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정유사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14일 페트로넷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6월 원유 선적물의 OSP를 모든 지역에 전월 대비 인상했다.
OSP는 중동 산유국의 실제 수출원유가격과 두바이 거래소 결정 기준유가 차이다. OSP가 낮을 수록 정유사가 만드는 석유제품의 원가가 낮아지므로, OSP가 마이너스일수록 정유사에 유리하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아랍 경질유(Arab Light) 유종의 선적물의 OSP 조정계수를 전월대비 배럴당 1.4달러 인상했다. 이에 따라 5월 선적물 OSP는 배럴당 -7.3달러였으나 6월 -5.9달러로 소폭 인상됐다.
6월 선적물의 도입과 제품 생산으로 1~2개월 시차가 생긴다는 점에서 6월 OSP 도입 효과는 8월경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유사들이 예상했던 하반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석유 제품 수요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선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및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정제마진에 OSP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석유제품의 가격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가라도 개선해야 하지만, OSP가 높아지면 제품가에 그대로 전가돼 버린다.
정유사들이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4월, 5월 선적 원유에 대해 사우디의 OSP가 대폭 하향 조정돼 5~6월 마진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같은 사우디의 OSP 인상은 최근 석유수요 붕괴로 인해 등으로 정제마진 악화를 경험하고 있는 정유사들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다.
S&P 글로벌 플래츠(Global Platts)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트레이더들은 사우디 OSP가 전월 대비 배럴당 1~3달러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가 하향 폭을 줄이면서 정유사들은 경기 회복에 따른 제품 수요 증가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됐다.
OSP가 마이너스 범위여서 아직 긍정적인 환경이지만, 수요 회복 없이는 아무리 OSP가 마이너스 범위에 있어도 인하폭을 줄이면 정유사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OSP가 최근 낮아지며 정제마진이 최근 어느정도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사우디가 OSP 올려서 공급을 시작하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8~9월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OSP 인상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수요가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제품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하반기도 당연히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