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대신 음료로 몸집을 불린 광동제약이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할 의지를 드러냈다. '무늬만 제약사'로 전락한 광동제약이 다시 본업으로 체면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자기주식 150만 주를 바이넥스에 처분한다고 11일 공시했다. 총 95억2500만 원 규모로, 광동제약 지분의 2.86%에 해당한다.
바이넥스는 미국의 CAR-T 개발기업 페프로민 바이오의 주식 4만 주를 케이디인베스트먼트 투자조합에 매각했다. 케이디인베스트먼트 투자조합은 광동제약의 100% 자회사다.
이번 계약을 통해 광동제약은 바이넥스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양 사는 헬스케어 산업영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광동제약은 바이오 신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추후 바이넥스와 함께 일반의약품을 출시하거나, 신규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계획이다.
바이넥스는 유동성 자산을 취득하면서 재무적 안전성을 확보했다. 광동제약이 쌓은 유통망을 활용해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시장도 진출한다.
57년 역사의 광동제약은 지난해 1조238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의약품이 아닌 유통 부문에서 올려 제약사로서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츨된 광동제약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매출에서 생수 '삼다수' 비중이 28.2%로 단일 품목 중 가장 크다. 이밖에도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음료 제품이 24.6%에 달한다.
반면 연구·개발(R&D)에는 매출액의 1.3%에 불과한 95억 원을 투자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한미약품이 2098억 원(18.8%), 대웅제약이 1406억 원(14.0%)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주요 상장 제약사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매출액의 10% 안팎이다.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도 주요 제약사와 비교하면 조촐한 수준이다. 현재 광동제약은 합성신약 비만 치료제 'KD101'의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여성성욕저하장애 치료제 'KD-BMT-301'은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냈다. 천연물 신약 치매치료제 'KD501'은 임상 2상을 마쳤지만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광동제약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R&D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뾰족한 성과는 없다. 이번에 협력관계를 구축한 바이넥스가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란 점에 미뤄, 기존 파이프라인을 넘어 바이오 부문으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넥스와 제약 및 바이오 부문 신사업,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부문의 상호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력 사업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이번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