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현재 직장 가입자 중심의 고용보험 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도입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세미나에서 “건강보험처럼 전 국민 고용보험이 코로나 이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위기가 심화하면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 밖에 있는 근로자들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2700만 명 수준인데, 고용보험 가입자는 3월 기준 1376만 명으로 50% 정도다. 건설일용직,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임금을 받지 않는 가족 고용원 등은 가입돼 있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이들 직종의 근로자 및 실직자들부터 먼저 위기에 노출되고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의 실업급여나 무급휴직 지원 등 고용 관련 지원대책도 고용보험 가입자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중심 의제이고,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의 공동 입법과제이기도 하다. 법과 제도의 사각(死角)에 있는 취약계층과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보호와 생활안정 지원이 당면 현안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적지 않다. 당장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것이냐가 최대 난제(難題)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중기적인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 측도 고용보험 확대의 방향은 맞지만, 단시간 내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용자 측이 월 급여의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 기금이 조성된다. 모든 근로자로 가입 범위를 넓히면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 또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할 사용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대기업의 규모에 따른 누진세 부과,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와 사업주의 부담 증대를 전제하고, 막대한 국민 세금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작년 2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코로나 충격에 따른 대량 실업으로 적자 폭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고용보험료 인상 또한 불가피해진다. 무엇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근로복지제도와 체계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고, 그동안의 근로자와 사용자의 보험료 분담구조를 넘어서 보편적으로 세금을 올리는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선행과, 확실한 재원조달 방안의 뒷받침 없이 성급하게 추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