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90%에 달하는 국가에서 올해 1인당 GDP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세계경제 전망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는 지난해보다 1.3% 줄어들 전망이다. 전망대로라면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었던 1998년(-5.8%) 이후 22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는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 석유파동을 겪었던 1980년(-3.2%)과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8년 두 차례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2.2%)과 2009년(0.3%),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2012년(1.9%)에도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는 감소하지 않았다.
올해 전망의 주된 배경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다. IMF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 국가에서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별로 미국은 –6.4%, 일본 –4.8%, 독일 –7.0%, 프랑스 –7.4%, 이탈리아 –8.9%, 영국 –7.0% 등이다. 경제 규모가 큰 국가 중에선 중국(0.9%)만 마이너스를 면할 전망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감소 폭은 양호한 수준이다.
IMF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보다 2020년에 훨씬 더 많은 국가가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 감소를 경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에는 전 세계 국가의 62.3%가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가 감소했지만, 올해에는 비율이 90.3%로 급등한다고 예상했다.
단 국가마다 국민의 생활 수준이 달라 증가율만 놓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는 3만6777달러로 미국(5만5719달러), 독일(4만5936달러), 일본(3만9294달러)보다 낮다.
한편, IMF는 올해 전 세계의 PPP 기준 1인당 실질 GDP가 4.2% 감소하나 내년에는 4.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3.3% 증가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