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초심은?

입력 2020-04-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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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배민)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다 뭇매를 맞은 뒤 고개를 숙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소상공인들의 차가운 시선은 비단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이 지목하는 또 하나의 대상은 바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배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공공 배달 앱 개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중기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반대 입장으로 보여진다. (사실 필자도 공공 배달 앱에 대해 반대한다.)

박 장관의 이 같은 태도는 중기부가 안고 있는 딜레마에서 비롯한다. 중기부는 ‘소상공인’과 ‘스타트업·벤처 기업’을 동시에 관할하고 있는 부처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63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 편을 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 보이지만 유니콘 육성이라는 성공 케이스를 보여줘야만 하는 것 또한 박 장관의 몫이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것.

이 때문에 3년여 전부터 불거진 소상공인과 배달 앱을 포함한 O2O 플랫폼 간 갈등에서 중기부는 적극적인 중재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 2018년 국정감사 때도 국회의원들의 질타로 중기부는 O2O 서비스와 소상공인의 거래 관행 개편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

현재 중기부는 소상공인과 배민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는 듯 보이지만 그간 박 장관의 발언은 배민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대표적으로 올해 1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배민으로부터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한 부분이다.

이 같은 발언은 상당히 위험하다. 기업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해야만 한다. 즉 수수료를 올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 박 장관은 임기가 끝나면 떠날 사람이다.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넘게 지났으니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다. 게다가 약속이라니. 법적 구속력이라곤 하나 없는 이야기만으로 신뢰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장관이 내 뱉을 말은 아니다.

실제 이 같은 발언 뒤 불과 석 달이 채 안 돼 수수료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박 장관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성급했음이 입증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박 장관은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정치인 박영선은 정치입문 이후 일관되게 경제민주화를 추구해왔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내 왔다. 그리고 노자의 도덕경 8장에 나오는 구절 가운데 하나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좋아하는 말로 꼽고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독과점이 될 배민의 입장이 아니라 더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 장관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포용국가의 중심에는 ‘9988’로 대변되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있습니다. ‘상생과 공존’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철학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박 장관이 취임사에서 말한 ‘상생과 공존’이라는 개념에서 과연 배민에 대해 박 장관은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맞을까.

4·15총선이 끝나자 당선인들이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다니고 있다. 하지만 초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우린 이미 수없이 많은 사례를 경험했다. 권력만이 아니다. 돈을 번 사람들 역시 그러하다. 어쩌면 인간이란 돈과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과연 박 장관은, 아니 정치인 박영선은 초심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장관 임기 내 보여줄 성과 창출에 급급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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