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을 이끈 두 전략가가 선거 이후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전략통’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16일 당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양 원장은 이날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언급하고 “다시 야인으로 돌아간다”며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저녁’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마치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그때까지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 원장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수장으로, 대선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후 2년 뒤인 지난해 3월 총선 준비를 위해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그는 총선 ‘야전사령관’으로 ‘친문’ 김경수 경남지사, ‘비문’ 이재명 경기지사를 통합했고,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청와대 출신 출마 인사들을 특별히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를 보좌하며 인재영입에 나섰고, 공약 개발, 공천 과정에도 관여하며 진두지휘했다. 선거운동 시작 이후에는 주요 접전지역 후보들과 연구원 간 공약 이행 협약을 진행했고, 직접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양 원장의 각종 전략이 압승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양 원장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해찬 대표의 용기와 지혜 덕분이었다”며 “우리 당은 오래도록 그분의 헌신적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근형 위원장도 이날 오전 민주당 회의에서 지도부에 작별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홀가분하게 떠난다”며 “더 좋은 분들이 뒷자리를 채워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이해찬 대표님을 비롯한 지도부의 ‘무한 신뢰’ 속에서 총선기획단, 전략공관위, 공천관리위 간사를 모두 맡아 다행히 대과 없이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꿈의 숫자’를 얻었지만 두려운 결과이기도 하다”며 “민주당은 이제 더 어른스럽게, 더 큰 책임으로 국민 생활을 돌보고 국가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두 사람은 총선 이후 총선 직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양 원장이 대통령 임기 후반 청와대로 돌아와 비서실장을 지낼 수 있다고 추측했지만, 본인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