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그래도 봄, 미나리로 느끼는 건강한 봄

입력 2020-04-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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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2020년 시작과 함께 중국의 한 도시에서 보고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코로나19 전염 예방과 방역 활동, 국민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상적인 사회활동과 소비 시장이 평소보다 위축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 여행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농업도 피해를 입은 분야 중 하나다. 농산물은 시기에 맞게 출하하고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소비가 되지 않으니 농업인들은 자식처럼 키운 농산물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경북 지역이 주산지인 미나리는 출하를 앞두고 소비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봄철 겨우내 잃어버렸던 입맛을 깨워주는 미나리는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몸의 면역을 높이는 데 좋은 농산물이다.

미나리는 예부터 많이 재배하고 즐겨 먹던 채소 중 하나로, 여러 문헌에도 그 사실이 기록돼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집집마다 연못 주위에 미나리를 길렀다고 하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 시절 미나리김치를 제상에 올리라는 제사 예법이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는 미나리가 정신을 맑게 하고 정기를 보충해 주며, 가슴이 답답하고 입안이 마르는 증상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음주 후 열독을 치료하고, 대장과 소장을 이롭게 한다고 나와 있다. 지금도 한방에서는 미나리의 잎과 줄기를 한약재로 취급하고 있다.

미나리는 체내로 들어온 각종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간에 특히 좋은 채소이다. 미나리에 함유된 이소람네틴은 간 기능을 활성화해주고, 페르시카린은 간 독성물질 해독에 탁월해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 미나리에는 비타민 A, B, C, E 등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데, 이 성분들이 체내의 독소, 노폐물 등을 배출시켜 염증을 완화하는 것이다. 또한 미나리에 함유된 각종 비타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칼륨은 혈액 내 나트륨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퀘르세틴, 캠페롤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우수하며,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나리는 성질이 차서 속이 냉하거나 약한 사람은 적당히 섭취해야 하는데 보통 하루에 70g, 한 줌 정도가 적정량이다. 지금처럼 이른 봄에는 깨끗이 씻어 생으로 무쳐 먹거나 살짝 데쳐 먹으면 미나리 특유의 알싸한 향과 단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봄이 깊어져 줄기가 굵어지면 데쳐서 나물이나 국, 볶음, 전 등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몇 해 전부터는 두툼하게 썰어 구운 삼겹살에 미나리를 싸 먹는 것이 인기다.

그래도 봄이다. 마스크를 썼을지언정 피부에 닿는 바람은 분명 봄의 그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나마 완만하게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상이 갇혀버린 국민에게도, 방역의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도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모두가 지치고 우울한 시기, 미나리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봄이 주는 파릇한 맛과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몸속 독소를 배출시켜 환절기 면역력을 챙기고, 시름에 찬 농업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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