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장중 1227원까지 치솟으며 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밤사이 뉴욕 3대 증시가 10% 가까운 대폭락장을 연출하면서 패닉 분위기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점심 무렵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그나마 시장에 위안을 줬다. 장막판에도 종가관리 차원의 개입이 나오며 원·달러를 1220원 밑으로 끌어내렸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패닉장 외에 할말이 없다고 전했다. 당장 오늘밤 뉴욕증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급락장이 3주일 가량 이어지며 시장에 피로감이 쌓인데다, 한번쯤 쉬어갈 타이밍(시점)이 됐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다음주 원·달러는 현 수준보다 살짝 낮은 1200원에서 122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백신 개발 루머도 있었던 만큼 실체 확인과 함께, 다음주 예정된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주목해봐야할 이벤트로 꼽았다.
1215.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212.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14.0원으로 5거래일째 10원 넘는 변동성을 지속했다. 전장에는 16.7원 등락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이 있었던 2016년 11월9일(28.6원) 이후 2년9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었다.
역외환율은 5거래일만에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209.2/1209.6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4.5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갭업시작해 1226원까지 치솟았다. 중간에 외환당국의 개입이 강하게 들어와 상승폭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 다만 단기 스왑시장에서 금리가 무너지면서 개입물량 들어오는 족족 모두 매수하며 1220원대에서 횡보했다. 외환당국의 종가관리에 원·달러는 1220원 밑에서 끝난 것 같다”며 “그나마 점심 무렵 개입이 들어온게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우지수등 주식이 빠지기 시작한게 지난달 20일경부터로 벌써 3주차가 됐다. 기존 모멘텀이 진행되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잠시 쉬었다갈 시점이다. 원·달러도 다음주엔 현 수준에서 좀 하락한 1200원대에서 1215원 사이에서 거래될 듯 하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특별히 코멘트할게 없다. 대폭락이다. 달러강세에 원·달러 상승, 1225원대에선 당국 개입, 막판 연기금 물량에 증시 낙폭 축소, 또 개입, 이후 이익실현 매도, 1220원 레벨에 대한 부담으로 외환당국의 종가관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밤 미국 증시를 봐야할 것 같다. 단기간에 폭락했으니 오늘 추가로 폭락할지 아니면 얼마만큼 회복할지가 관건”이라며 “원·달러도 고점을 찍고 일부 되돌림해 한번은 쉬어갈 것 같다. 다음주 원·달러는 1210원에서 1220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개발 소문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원·달러는 단숨에 오른만큼 하락할 수도 있겠다. FOMC도 지켜봐야할 변수”라고 평가했다.
오후 4시10분 현재 달러·엔은 0.75엔(0.72%) 상승한 105.41엔을, 유로·달러는 0.0020달러(0.18%) 오른 1.1192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219위안(0.31%) 하락한 7.0047위안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62.89포인트(3.43%) 급락한 1771.4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2년 7월25일(1769.31) 이후 7년8개월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17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393억원어치를 매도해 7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는 또 역대 최대순매도 기록인 9일 1조3125억700만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아시아증시도 일제히 폭락세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1128.58포인트(6.08%) 추락한 1만7431.05를,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37.32포인트(1.28%) 하락한 2886.17을, 인도 센섹스(SENSEX)지수는 2919.26포인트(8.18%) 폭락한 3만2778.14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