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매도 대책 발표 이후에도 공매도 거래 규모가 1조 원 선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거래규모 증가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이 컸다. 금융위원회는 한시적으로나마 공매도를 금지하는 추가 대책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한국거래소 공매도종합포털에 따르면 전날 주식 시장(코스피ㆍ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1일보다 27.6% 증가한 1조854억 원에 달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 8722억 원, 코스닥 시장 2132억 원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1조 원을 넘은 경우는 2017년 5월 공매도종합포털에서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대금 통계가 발표된 이후 단 두 차례 있었다.
그 두 차례도 이번 달 9일과 12일이다. 9일(1조806억 원)은 정부가 과열종목 지정 대상을 확대하는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하기 바로 전날이다.
정부가 10일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1거래일에서 10거래일(2주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하루에 그쳤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9일 1조806억 원에서 10일 6천686억 원으로 감소했다가 11일에는 7931억 원으로 늘었다. 전날에는 1조854억 원으로 급증해 1조 원 선을 돌파했다.
공매도 거래 급증에는 외국인 투자자 거래 규모 폭증이 영향을 미쳤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7531억 원으로 11일(4216억 원)보다 78.6%(3315억 원) 급증했다. 지난 9일 기존 최대치(5936억 원)보다도 26.9% 늘어난 것이다.
전날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3237억 원으로 11일보다 오히려 417억 원 줄었고 개인 투자자는 86억원으로 25억 원 늘어난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주식 시장에서 연일 폭락장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공매도 대책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폭락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시적으로라도 공매도를 금지하자는 요구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속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결국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증시안정펀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인 데다, 증시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진 상황에서 변동성을 다소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논의 중이고 (공매도를 금지할지) 판단을 해야 하고 그런 판단을 내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으로 보여 공매도 금지 카드는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금지 카드를 꺼낼 적당한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두 차례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적이 있다.
2008년에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그해 10월 1일부터 그다음 해 5월 31일까지 8개월 동안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2009년 6월 1일에는 우선 비금융주만 공매도 금지가 해제됐다.
또 유럽 재정위기로 다시 세계 경제가 출렁이자 2011년 8월 10일부터 2011년 11월 9일까지 3개월간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이후 2011년 11월 10일 다시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가 풀렸고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13년 11월 14일에서야 약 5년 만에 해제됐다.
공매도 금지 카드와 함께 증권 유관기관들이 출연해 증시안정펀드를 조성하고 비과세 장기주식펀드를 내놓은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